테러 용의자, 우크라 국경 향하던 중 체포
러, 우크라 연루 주장에 우크라 재차 부인
러시아 국영방송 '용의자 심문 영상 공개'
◆…테러 공격이 발생한 러시아 크로커스 시청 공연장. 사진=로이터통신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공격에 가담한 용의자들이 체포됐다.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143명으로 늘었다.
23일(현지시간) 타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전날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자동소총을 무차별 난사한 혐의로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이 사건 관련자 11명을 검거했다.
러시아 당국은 전날 새벽 브랸스크 지역에서 도주하던 승용차와 추격전을 벌인 끝에 용의자 두 명을 체포했다. 용의자 차량은 경찰에 쫓기다 전복됐고 한 명은 현장에서 검거됐다. 다른 한 명은 인근 지역을 수색한 끝에 오전 3시 50분쯤 붙잡혔다.
차량에서는 마카로프 권총과 AKM 돌격소총 탄창, 타지키스탄 여권 등이 발견됐다. 타지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산악국가로 1992년 소련 연방공화국에서 독립했다. 타지키스탄 외무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총기 난사 후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러시아 정보당국은 용의자들이 우크라이나와 접촉했다는 징후를 발견했다며 테러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다.
FBS는 "테러리스트는 모두 4명"이라며 "용의자들이 범행 후 차를 타고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시도하던 중 체포돼 우크라이나 측과 접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용의자들은 모스크바로 이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영 RT 방송의 편집장인 마르가리타 시모니안은 용의자가 심문을 받는 영상을 공개했다.
시모니안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용의자는 러시아어로 지난 4일 튀르키예에서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에 들어왔으며, 텔레그램을 통해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로부터 5400달러(약 730만원)를 약속받고 모든 사람을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돈의 절반은 카드로 이체받았고 나머지는 범행이 끝나면 받기로 했는데 도주하면서 카드를 분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문 내내 떨면서 진술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는 용의자들이 추적을 피해 우크라이나로 도망친 것을 알아냈다"고 강조했다.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장도 "우크라이나가 이번 테러에 연루되었다면 러시아는 전장에서 명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연방보안국의 발표는 또 다른 거짓말이라며 테러 연루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안드리 유소프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 대변인은 로이터에 "우크라이나는 이번 테러 공격에 가담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민간인이 아닌 러시아 점령군과 군사 목표물을 대상으로 전장에서 싸우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22일 저녁 모스크바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괴한 4명이 침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후 휘발유를 뿌려 공연장 건물에 불을 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