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이공계 이탈 우려, 의대 정원 신중해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촉구하는 한편, 대법원 결정을 기다리는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교와 사회는 다양한 이들이 모인 공동체이며, 입장과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해서 무작정 배척한다면 공동체가 성립할 수 없다"며 의대 증원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5학년도 수능에서 N수생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으며, 이렇게 된다면 대학 교육에 큰 공백이 생긴다"며 "이공계 분야 학생 이탈이 대규모로 벌어진다면 한국의 선진국 진입을 가능하게 했던 과학기술 연구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각 대학이 지역인재전형 모집을 확대하더라도 지역 의료 공백을 해결할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대 졸업 후 일정 기간 해당 지역 의료 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지역의사제가 도입돼야 한다"며 "계약형 지역필수 의사제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선 대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의료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왜 지역의사제 도입에는 소극적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의대 쏠림 현상이 지속된 지 거의 한 세대가 지났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공공의료 강화와 함께 직역별 보상체계 조정 등의 세부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대법원 재항고심 결정은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며 "대법원이 입시를 앞둔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고려해 신속하게 결정을 내린다면 긴 의료대란의 출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32개 의대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을 반영해 변경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대학들은 이달 31일까지 늘어난 정원을 반영해 학칙을 개정하고 2025학년도 신입생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해야 한다.

다만, 교육 여건 악화 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해온 의대 교수들은 의료계가 제기한 의대 정원 증원·배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대법원 재항고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각 대학이 모집요강 발표를 미뤄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