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장기화에 재정 직격탄'...러, 소득세·법인세 올린다

500만루블 초과 소득 최대 22% 세율 인상

기업 법인세 현행 20% → 25%로 상향 조정

올해 4개월 동안 연간 적자 추정치 이미 육박

러시아가 전쟁자금 마련을 위해 고소득자와 고소득 기업에 대한 세금을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부는 내년부터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조정해 재분배하는 누진소득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러시아 정부는 세법개정으로 2조 6000억 루블(약 39조8000억 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 재무부는 6400만 명의 노동인구 중 약 200만 명이 세금 확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국민 대부분은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러시아는 소득에 따른 누진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13%의 단일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연간소득 240만루블~500만루블 구간은 15%를, 500만루블(약 7670만원) 초과 소득에 대해서는 18%에서 최대 22%의 세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기업 법인세도 현행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하고, 비료, 철광석 생산자에도 별도의 광물추출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방을 중심으로 재정지출을 늘려온 러시아 정부는 석유 판매 수입 기금과 채권 발행을 통해 재정적자를 메워 왔다.

그러나 올해 군사비 지출 규모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6%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재정적자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올해 4개월 동안 166억 달러(약 22조8000억 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해 연간 적자 추정치에 이미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시행되는 이번 세제 개편안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장기적이고 돈이 많이 드는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WSJ은 전했다.

스웨덴 은행 SEB의 수석 신흥시장 전략가인 에릭 마이어슨은 "군산복합체에 대한 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자원 수출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