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공격을 방어하려는 우크라 요청 승인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이용한 러 본토 공격 금지
러 "우크라·나토 동맹국 파괴적인 대응 받게 될 것"
◆…우크라이나군이 다연장발사로켓시스템(MLRS)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AP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내부를 공격하기 위해 미국 무기 사용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 공격에 미국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거부해왔던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변화는 전장에 적응하는 미국 전략의 결과"라며 "지난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우리가 공급하는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정책을 완화한 것은 올해 들어 두번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비밀리에 우크라이나 영토 내 사용 용도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를 제공하도록 관계 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그동안 미국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지 말라는 조건을 달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해 왔다. 서방의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경우 나토를 전쟁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의 하르키우 공세 강화로 전황이 악화되자 바이든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에도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 금지 정책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AP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독일 정부도 이날 하르키우를 방어하기 위해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의 서방 무기 사용에 대한 제한 해제를 지지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자위권 행사는 국제법상 인정된다"고 환영했다.
한편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공격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하자 '핵 충돌'의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이날 "겁을 주려거나 엄포를 놓는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와 나토 동맹국들은 파괴적인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격분했으며 안드레이 카르파톨로프 하원(두마) 국방위원장은 "비대칭 보복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