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지원 시 韓지도부 기쁘지 않게 할 결정 있을 것" 경고
"韓, 北침략 않는다면 우리 협력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한러간 관계 악화된 상황에서 한국 대응이 관건"
◆…베트남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북한과 러시아가 양국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하자 한국 정부가 이에 대응,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협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다면 이는 한국 측에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투 지역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매우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 또한 한국의 현 지도부를 기쁘지 않게 할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북한과의 협정 4조를 언급하며 "기간 만료로 끝난 협정의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조약은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될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는 내용을 담고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한국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협정에 따른 군사적 지원은 북한에 대한 침략이 있을 경우에만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아는 한 한국은 북한에 대한 침략을 계획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군사 분야 내 우리의 협력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부연했다.
전날 19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두 시간에 걸친 정상회담을 가진 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오늘의 협정은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협정은 또한 양국의 군사 분야 협력을 포함, 군사 기술 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을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정을 냉전 시대 동맹의 완전한 복원으로 보는 반면, 일부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협정이 실질적인 것이 아닌 상징적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에 우려를 표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어제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해 상호 군사,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하며 이를 규탄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는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스팀슨 센터의 제니 타운 선임 연구원은 "한국은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에 서명했고 이로 인해 모스크바와의 관계가 악화한 상황"이라며 "이제 러시아와 북한의 파트너십이 명확해진 시점에서 한국의 대응이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의 국교를 단절하거나 중단하거나, 대사를 추방하기로 결정하는 시점은 어디인지 그리고 언제 거기에 도달할지가 문제"라고 부연했다.
장 실장은 이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수출통제를 발표하며 제재 조치를 확대할 것이라고도 발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시행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와 관련해서 현재 1159개가 지정됐는데 243개 신규 품목을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 총 1402개 품목이 앞으로 제재 대상"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