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요양 중 악화...지인들에게 ‘고맙다’ 전해
대표곡들, 1970〜80년대 민주화 저항 정신의 상징
1991년 학전 설립...김광석·설경구·황정민 배출
◆…고(故) 김민기 학전 대표 (사진=연합뉴스)
학전측은 22일 "자택에서 요양 중이던 선생님(김민기) 건강이 19일부터 조금씩 안 좋아져 20일 응급실을 찾았다가 21일 오후 8시 26분께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학전측은 "갑작스럽게 떠나셨지만 가까운 지인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전했다.
김민기는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경기고등학교를 다닐 당시에는 미술에 몰두했으나 서울대 회화과에 입학한 뒤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김민기는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고교 동창 김영세와 '도비두'로 활동하며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양희은이 부른 '아침이슬'은 이후 저항 정신의 상징이 됐고, 그가 만든 '꽃 피우는 아이', '늙은 군인의 노래', '상록수' 등은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김민기는 1991년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열고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고 김광석을 비롯해 권진원‧나윤선‧윤도현 등 음악가들이 학전을 배경으로 성장했다.
김민기가 1994년에 초연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한국 뮤지컬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작품이다. 2023년까지 30년간 8000회 이상 공연하며 7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인기 배우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 등이 학전 출신이다.
김민기는 재정난에 시달리면서도 뮤지컬 '의형제'(2000), '개똥이'(2006), '어린이극 '우리는 친구다'(2004), '고추장 떡볶이'(2008) 등을 꾸준히 올리며 대학로 공연 문화를 이끌었다. 학전은 지난 3월 15일 문을 닫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민기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다"면서 "참 많은 것을 남겨주셨다. 당연한 것을 새롭게 보려는 '순수한 열정'으로, 세상을 더 밝게 만드셨다"고 추모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4일 오전 8시, 장지는 천안공원묘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