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내심 바닥"…베네수엘라 제재 경고에 "세계 원유 공급 역풍 우려"

백악관 "베네수엘라 선거 당국에 요구한 개표 결과 기다림 한계"

대선 부정 의혹에 반정부 시위 격화…무력 대응으로 사망자 속출

하루 생산량 360만배럴, 美제재·부실 경영 탓 100만배럴 밑으로

분석가 "美 제재 강화 시 베네수엘라 수출 10~12만배럴 감소"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게 3선을 가져다 준 선거와 관련해 부정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부 개표 결과 공개를 요구해 온 미국이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며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3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베네수엘라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우리와 국제사회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 선거 당국이 솔직하게 털어놓고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이번 선거에 대한 세부 데이터를 공개하기를 기다리는 것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선거 관리 당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51%의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나 민주 야권은 독립적인 출구 조사와 다른 결과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으며 국민들 또한 결과에 반발하며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에 무력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커비 보좌관은 이에 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우리는 모든 종류의 정치적 폭력과 억압을 비난한다"고 규탄했다. 이어 "우리는 상황을 주시하며 이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투명한 선거를 요구하며 이에 따른 제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2019년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입을 중단하는 동시에 자체 중질 원유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희석제의 베네수엘라 반입을 금지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바베이도스 협정에 따라 베네수엘라 석유와 부채에 대한 일부 제재를 완화했으나 지난 4월 마두로 정권이 야당 유력 인사의 선거 출마를 막자 제재를 재조치했다.

베네수엘라는 1990년대 후반 하루 36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며 연 수출 수익의 95%를 조달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와 수년간의 부실 경영으로 하루 생산량이 100만배럴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 수출이 수출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제재는 베네수엘라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옥스포드이코노믹의 팀 헌터 남미 분석가는 알자지라에 "생산량이 줄거나 가격이 낮아져 수익이 감소하면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베네수엘라는)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다른 산업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제재에 따른 세계 공급 영향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ANZ는 "미국이 더 엄격한 제재를 가하면서 세계 공급에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석가들은 이 같은 시나리오가 베네수엘라의 수출을 하루 10만~12만배럴 줄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