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내시경 검사 후 복부 통증 느낀 70대 여성
집에서 고통 호소하다 대학병원 응급실 실려가
의사 "주의했어도 불가피하게 천공이 발생해"
법원 "회복이 더디면 적절한 조치 취했어야"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사진=클립아트코리아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5-1부(강부영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3년 전 70대 여성 B씨는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경기 부천에 있는 한 내과의원에서 수면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대장 내시경 검사가 끝나고 잠에서 깨어난 B씨는 복부 위쪽에 통증을 느껴 엑스레이(X-Ray) 촬영을 했지만 A씨로부터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B씨는 회복실에서 5시간 넘게 쉬었는데도 복부 통증이 심해 휠체어를 탄 채 현관까지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퇴원해야 했다. 집에 도착해서도 계속 설사와 함께 고통을 호소한 B씨는 사흘 뒤 급성 복통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대학병원에서 '천공(구멍)과 복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은 B씨는 수술을 받고 10여일 뒤 퇴원했다가 다시 재발해 1주일을 더 입원해야 했다.
B씨는 A씨를 고소했고 의료과실로 판단한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환자 나이가 많고 과거에 자궁적출 수술을 받아 대장 중에서도 결장이 좁아져 있는 상태였는데도 의사인 A씨는 결장에 내시경이 잘 들어가지 않자 무리하게 삽입을 시도했다" 며 "결국 내시경이 결장 벽에 부딪혀 천공이 생겼고, 이후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자가 급성 복막염 등 상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반면 A씨는 "일반적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 때 천공이 발생할 확률은 0.2∼0.8%"라며 "주의해서 검사했어도 불가피하게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사 후 A씨가 복통을 호소해 X-레이 검사를 다시 했는데도 명확하게 천공이 발견되지 않아 퇴원시켰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했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인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대장 내시경 검사 당시 과실이 없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증상에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퇴원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수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고 회복하기까지 30분∼1시간가량 걸리는데, 회복하는 데 5시간 넘게 걸렸다면 상급 병원으로 옮기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평균적인 내과 전문의에게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 하지 않아 결국 피해자가 복막염 등 중상해를 입었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