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일 최장 지각', '尹 불참' 개원식…우 의장 "국회 존중 않고 국정운영 성과 못 내"

"의료공백 6개월째…정부, 여야, 의료관계인, 환자 등 한자리 모여서 해법 찾아야"

"딥페이크 성범죄, 티몬·위메프 등 국회 역할 시급한 민생현안"

'묵은 과제'로 "윤 대통령에 개헌 대화 제안…막힌 물꼬 틀 수 있기를"

"'연금개혁' 소득보장 늘리고, 지속가능성도 높여야…적절한 균형 찾아야"

"22대 국회, 유례없는 여소야대…다수당 부담감과 집권당 책임감 함께 작동해야"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아쉬움을 표하며 "국회를 존중하지 않고 국정 운영의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비판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이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은 첫 사례로 꼽힌다.

2일 여야 간 대립으로 제22대 국회 임기가 시작한지 96일만에 '최장 지각'으로 열린 국회 개원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원사를 통해 "정부에게 책임있는 자세, 진전된 자세를 보여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 의장은 뒤늦은 개원식에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개원식은 국회와 국회의원의 존립 근거가 헌법과 국민, 국익에 있다는 것을 되새기고 다짐하는 자리"라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민생'을 강조하며 "민생과 체감경기는 다른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고 우려했다.

우 의장은 "의정갈등이 낳은 의료공백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더 현장 속으로 들어가서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 여야 정당, 의료관계인, 환자와 피해자가 한자리에 모여서 작심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양당 대표가 신속한 추진에 합의한 딥페이크 성범죄 강력 대응, 폭염 등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전기차 화재 대응과 안전대책, 티몬·위메프 대규모 정산 지연 등도 국회의 역할이 시급한 민생 현안"이라며 "여야가 공히 약속한 일부터 신속하게 해나가자"고 주문했다.

이에 더해 "중소기업, 자영업자, 가맹점, 대리점, 플랫폼입점업체, 취약노동자 같은 경제 주체들에게 대등한 교섭권을 부여해야 한다"며 "일하는 국민의 보편적 권리를 지키는 것이 민생을 살리는 길이고, 약자들의 무기가 되어야 하는 정치의 근본"이라고 주장했다.

우 의장은 '묵은 과제' 중 하나로 '개헌'을 꼽으며 여야에 "개헌의 폭과 적용 시기는 열어놓되 개헌 국민투표는 늦어도 내후년 지방선거까지는 하자"며 윤 대통령에게는 "다시 한번 개헌 대화를 제안한다. 대통령의 결단으로 막힌 물꼬를 틀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연금개혁'과 관련해서도 "소득보장도 늘려야 하고, 지속가능성도 높여야 한다"며 "미래세대의 부담에 기댄 채로 제도를 운용해서도 안 된다.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제도 정비'와 관련해서도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 공익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법안을 만들고 방송을 주인인 국민께 돌려드려야 한다"며 "여야 정당과 언론 종사자, 언론학자, 시민사회 등이 참여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합의안을 만들어자"고 제안했다.

우 의장은 "기후, 인구, 인공지능 모두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며 "국회와 정부가 협력하고 사회적 합의까지 만들어가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야를 향해서는 "22대 국회는 유례없는 여소야대 국회로 다수당으로서의 부담감과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며 "여야 정당 모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개원식에는 제헌국회 반민특위 김상덕 위원장의 아들인 김정륙 선생을 비롯해 반민특위 유족들이 처음으로 참석했다. 또 환경기본권 헌법소원을 낸 '아기 기후소송단'의 초등학교 6학년 한제아 학생이 최연소로 참석했다.

일제강점기 연해주에서 강제이주당한 고려인의 후손, 젊은 과학기술인, 세월호·이태원 등 사회적참사와 산재, 전세사기를 비롯한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 가족, 중소기업인·중소상공인 자영업자·노동자·장애인 노동자 등도 초청됐다. 소방관과 경찰관, 국회공무원과 공무직 노동자 등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의료현장 종사자들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