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 코리아]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 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0일까지 전국의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범죄 피해 경험'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2.6%가 직장에서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결과가 지난 8일 나왔다. 이는 직장인 100명 중 23명이 성희롱을 겪었다는 해석이다.
성희롱은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여성의 26.1%가 성희롱을 경험해 남성(19.1%)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 성희롱뿐만 아니라 성추행·성폭행을 경험한 직장인도 15.1%에 달했다. 이 중 여성(19.7%)과 비정규직(20.8%)이 피해 비율이 더 높았다. 남성의 경우 10.6%, 정규직은 11.3%로 나타나 피해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왔다.
성희롱 및 성추행·성폭행 피해자는 주로 '임원이 아닌 상급자'에 의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성희롱 가해자의 40.7%, 성추행·성폭행 가해자의 41.7%가 직속 상급자로 나타났다. 스토킹 가해자 역시 34.9%가 상급자로 집계됐다.
일례로 직장인 A씨는 회식 자리에서 동료 남성 직원에게 "나는 가슴과 엉덩이가 큰 여자가 이상형인데, 누나는 내 이상형이 아니라 나랑 사귈 일이 없다"는 발언을 들었다. A씨가 이에 항의하자 해당 직원은 A씨에 대한 험담을 퍼뜨리기 시작했고, 결국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됐다. 이처럼 성희롱과 그 후유증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는 상당하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과장이 자신의 목에 난 상처를 보고 "어제 격렬하게 했느냐"는 성적 발언을 들어 불쾌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런 사례들은 직장 내에서 여전히 성범죄가 만연해 있음을 시사한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절반 이상(54.3%)은 직장 내 성추행·성폭행 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23.2%는 성범죄 피해로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밝혀 성범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특히 스토킹 피해를 경험한 직장인도 10.6%에 달했다. 피해자 중 절반 이상(51.8%)이 최근 3년 내 스토킹을 겪었다고 답했으며, 스토킹 가해자로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가장 많았고, 그 뒤를 '비슷한 직급의 동료'가 뒤를 이었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직장 내 성범죄가 성별 권력 관계에서 비롯된 '젠더폭력'이라고 분석했다. 김세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젠더폭력 방지를 위한 법적 제도가 마련되었음에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이번 조사로 드러났다"며 "직장 문화의 성평등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