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내국인 관광객들이 면세품을 찾아오기 위해 길다랗게 줄을 선다. 배에 타자마자 부스럭거리며 포장지를 뜯어낸 뒤 잽싸게 짐가방을 다시 꾸린다.
최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과 국제여객선 씨플라워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부산과 일본 쓰시마(大馬)를 매일 왕복하는 씨플라워호는 값싼 운임에다 면세점, 여객선사의 적극적인 판촉활동으로 쓰시마 면세품 쇼핑객 특수를 누리고 있다.
통계치를 보더라도 부산∼쓰시마를 독점 운항하는 여객선 씨플라워호의 승객은 2005년 7만6천17명에서 지난해에는 8만6천975명으로 1만여명이 늘어났을 정도다. 낚시꾼과 등산객이 여전히 많다고는 하지만 국내 면세점에서 구입한 면세품을 찾으러 쓰시마로 출국하는 쇼핑 관광객도 크게 증가했다.
부산지역 상당수 면세점에서는 외국의 면세점보다 할인율을 높게 적용하는 것은 물론 수시로 세일까지 하고 있어 국내 일반 백화점 가격의 60% 정도면 면세품을 살 수가 있다.
여기서 면세품을 미리구입한 내국인에게 부산∼쓰시마 코스는 선박 운항시간(편도)이 1시간 40분 밖에 안 걸려 오전에 갔다 오후에 돌아오는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해 더없이 좋은 쇼핑관광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씨플라워호 선사인 대아고속해운은 일부 면세점과 제휴해 당일치기 여행객에게 여객운임의 50%를 할인해 주기도 한다. 여객운임 6만5천원만이면 국내 면세점에서 구입한 면세품을 찾으러 일본으로 출국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제주 노선 면세품 쇼핑관광의 경우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더라도 왕복 8만원 가량 드는데다 제주공항 면세점은 1인당 연간 2차례, 1회 구입가능액이 3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게다가 품목도 일반 면세점보다 비교적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산∼쓰시마 쇼핑관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부산 해운대 등 일부 지역의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면세품 구입을 목적으로 하는 계모임까지 등장했다. 또 쓰시마 당일치기 여행객의 쇼핑 리스트는 화장품에서부터 의류, 가방, 양주 등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화려하다.
출국날짜와 이용하는 교통편이 정확해야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는데도 일부 국내 면세점에서 우선 물건 구입을 예약한 후 출국할 때 교통편을 확정하면 된다고 부추기는 등 편법 판촉활동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실 쇼핑객 중 일부는 구입한 면세품을 다른 승객들과 나눠 들고 들어오는 방법으로 세관의 감시를 피한 후 국내에서 높은 가격에 되파는 신종 '보따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18일 "면세점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의 한도액은 1인당 3천달러지만 400달러 이상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고 있으며 구입 즉시 그 내용을 면세점을 통해 파악하고 있다"며 "이같은 내용을 잘 모르고 많은 물건을 샀다 낭패를 보는 쇼핑 관광객이 자주 적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