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아연 공급 벨류체인 훼손시 산업피해 지대 할 것"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예정된 가운데 영풍•MBK로 고려아연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그동안 고려아연과 영풍간에 가격균형을 이루고 있는 '아연산업' 경쟁 체제가 무너지고 영풍•MBK의 독점 공급 체제가 탄생하게 되면 가격 인상 등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전문가들은 국내 산업 생태계가 크게 교란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연 등 국내산업의 핵심적인 소재들이 독점 구조에 놓이게 되면 사모펀드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경우 가격 인상과 이로 인해 그 피해가 산업계를 넘어 소비자들에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비철금속 업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아연의 국내 수요는 43만 5000여톤으로, 이중 고려아연은 29만 5000톤, 영풍은 10만 3000톤을 공급했다. 국내에서 아연을 생산하는 기업은 이 두 회사뿐이다.
국내 아연 수요에서 두 업체의 공급률이 90% 이상인 셈이다. 특히 물류비용을 감안하고, 아연을 필요로 하는 철강업체에 최적화된 제품 생산해 내는 특성상, 해외 제품의 대체가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특정업체가 독점할 경우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연 가격은 통상 LME(런던금속거래소) 단가를 기본으로 공급사가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가 이뤄진다. 국내에서도 그간 고려아연과 영풍 두 제조사와 철강상 등 주요 고객사가 협상을 통한 균형 가격 책정 등을 통해 제품을 공급해 왔다.
아연은 철의 부식 방지를 위해 필수적인 금속이다. 건설과 자동차, 가전제품의 외장재 등에 쓰이는 철강재의 부식 방지용 도금 원료로 쓰인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아연 공급은 아연 시장 자체만이 아니라 주요 산업 전반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연 등 비철금속 제련업이 국가기간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 이기도 하다.
고려아연 내부에서는 MBK와 영풍이 오는 임시주총에서 14명의 이사를 새롭게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시켜 고려아연 장악에 성공할 경우 이들이 국내 아연 시장을 독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연과 불가분의 관계인 철강업계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그동안 두 회사를 통해 오랜 기간 균형가격을 얻어내 합리적인 가격 협상을 얻어내 왔는데 사모펀드가 개입될 경우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부분의 사모펀드가 기업들을 인수한 뒤 투자금 회수 등을 위해 구조조정이나 핵심자산 매각, 가격인상 등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시장과 업계의 지적에 무게감이 실리는 대목이다.
국내 철강사들의 경우 이미 값싼 중국산의 물량 공세와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특히 비용 부담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국내 철강사들이 수입산으로 시선을 돌릴 경우 가격인상등 장기적으로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금속업계 관계자는 "아연은 그 자체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철강 등 산업 전반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필수 소재이자 국내 전산업에 필요한 금속이라는 점에서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의미가 크다"며 "아연 등의 주요 금속의 생산과 가격 결정이 사모펀드의 영향력 하에 놓이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세계적으로 희소 광물인 '안티모니'를 국내 유일 생산하고 있다.
안티모니는 희소금속중 하나로, 연소를 억제하는 난연제 용으로 주로 쓰인다. 배터리 합금연 제조, 반도체, 자동차, 특수강, 태양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쓰인다.
최근엔 군사기술 등 방위산업분야에도 핵심 소재로서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소재이다. 그동안 최대 공급국이었인 중국과의 무역 마찰로 미국에서도 고려아연의 '안티모니'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