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MG손보 노조로 인한 실사 지연... 법적 조치 검토 ‘초강수’
MG손보 청산·파산 시 금융소비자 124만명 피해 우려
◆…사진=MG손해보험.(연합뉴스 제공)
예보는 MG손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메리츠화재의 실사가 지연되는 상황에 대해 노동조합의 방해를 지적하며, 실사 방해와 출입 금지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16일 밝혔다.
매각이 무산될 경우 MG손보의 청산·파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금융소비자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2월 9일 M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한 달 이상 실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MG손보 노동조합이 메리츠화재로의 매각에 반대하며 실사 장소 접근과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고용 승계 의무가 없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다수의 직원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실사 저지와 함께 메리츠화재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용 규모와 관련된 협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예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매각 실사는 정당한 절차임에도 노조가 이를 방해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업무방해, 출입 금지 방해 가처분 등 가능한 법적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보는 MG손보 매각이 실패할 경우 △4차 공개 매각 △기존 보험사 계약이전 △예금보험금 지급 후 청산·파산 등 대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수 희망자가 없는 상황에서 청산·파산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청산·파산 시 보험계약자 124만명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 한도 내에서만 보험금을 지급받게 된다. 최근 예금보호 한도를 1억 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 초 시행 예정이지만, 예보기금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MG손보가 청산·파산될 경우 계약자들은 보험계약 해지로 인해 해약환급금을 돌려받는 데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해약환급금이 납입 보험료보다 적고, 새 보험 가입 시 보장 범위 축소 등 추가적인 불편도 예상된다.
예보는 과거 리젠트화재 사례를 들어 계약을 타 보험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MG손보와 계약 조건이 유사한 보험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리젠트화재는 2001년 예보가 공개 매각을 추진했으나 실패하고, 금융감독위원회 주도로 계약을 타사에 이전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예보는 노조의 협조가 매각 성공 여부를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강조하며, 실사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예보와 메리츠화재가 협상 과정에서 투명성을 결여했다고 주장하며 무기한 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노조는 "법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자료만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노조의 협조 없이는 매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청산·파산은 노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부당한 실사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양측 간 대립이 깊어지고 있다.
MG손보가 파산할 경우 국내 최초의 보험사 파산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MG손보의 청산·파산은 금융소비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노조와 예보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주주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인수를 중단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최종 인수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