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에도 꼼수로 대출금리 미반영"…금감원, 은행 점검 착수

기준금리 연 3.0% 인하에도 시중은행 대출금리 상승

가산금리 높이고 우대금리 적용 최소화 해 '이자장사'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우대금리를 줄이는 등 꼼수를 써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대출금리 산출 근거를 직접 점검하고 나섰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1일 은행 20곳에 공문을 보내 차주별 ·상품별로 준거·가산금리 변동내역과 근거, 우대금리 적용 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 적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통상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지표금리)에 원가 마진을 포함한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서 최종 산출한다. 우대금리는 급여 이체, 카드사용액 등에 따라 일정하게 깎아주는 금리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0.25%p씩 인하해 기준금리가 연 3.5%에서 3.0%로 0.5%p 낮아졌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올라갔다. 이는 지표금리(대출 기준금리)는 0.14∼0.22%p 하락했지만, 가산금리를 0.07∼0.19%p 올리고, 우대금리를 0.13∼1.41%p 덜 깎아준 데 따른 현상이다.

실제로 은행연합회 가계대출금리 공시를 보면,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작년 12월 평균 가계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금리인하 전인 9월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우리은행이 1.13%포인트, 신한은행 0.7%포인트, 농협은행과 하나은행 0.19%포인트, 국민은행이 0.1%p 각각 올랐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시장금리 하락에도 이자이익이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기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별 대출금리 변동내역 등에 관한 세부 데이터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은 맞다"며 "대출금리 산정내역 등을 살펴보고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대출에 미치는 효과의 합리성 등을 점검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