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꿈을 현실로' 서태식 회계사회장 4년

"회계사가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잘 살아야 회계사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공중의 기대에 걸맞은 고귀한(노블레스) 행동을 하는 전문가윤리와 직무수행의 완전성 달성을 위한 탁월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꿈은 혼자서 꾸면 몽상이 되지만, 모두가 꾸면 현실이 된다. 1만2200여 공인회계사 모두가 공인회계사위상제고라는 한가지 꿈을 꾼다면 이 비전은 머지않아 현실이 되어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지난 2004년 6월 제37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으로 취임한 서태식 회장이 취임사를 통해 강조했던 말이다. 임기 2년의

그는 4년의 회장 재직기간 동안 "공인회계사가 잘살기 위해서는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하고, 직무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공인회계사의 위상제고를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역대 어느 회장들보다도 굵직한 성과를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위협받는 환경에선 제대로 감사 못한다

서태식 회장이 일궈낸 성과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감사인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이 이뤄졌을 때 과거 회계법인들이 해야했던 입증책임을 금융기관이 입증하도록 증권거래법과 외감법을 바꾸는 등 회계사들을 압박하는 각종 해로운 환경을 없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

그는 지난 2005년 무기한으로 내려지던 회계법인에 대한 등록취소나 업무정지 등의 징계처분에 3년의 징계소멸시효를 도입했다.

이후 2007년 감사인의 감사보고서 감리 결과가 잘못됐을 경우 자율적으로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심리하던 심리담당이사까지 조치하고 있는 제도를 개정해 심리담당이사를 조치 대상에서 삭제했다. 

2007년엔 또 최근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에서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을 받은 주권상장법인 및 코스닥상장법인에 대해 즉시 상장 폐지토록 한 상장규정시행세칙을 바꿔, 회사의 이의신청에 따라 상장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그는 특히 지난 3월 감사인에 대한 손해배상소송관련 입증책임을 금융기관으로 환원시킨 것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04년 6월 '손해배상책임 상한제 도입을 위한 TFT' 구성을 시작으로 실무위원회 등 20여 차례에 걸친 회의를 거치는 등 치밀하게 추진했다는 후문이다.

금융기관들이 과거 회사에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할 경우 "감사인들의 감사보고서만 믿고 돈을 빌려준 만큼 감사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소송만 내면, 별다른 입증노력 없이도 승소를 할 수 있는 구조를 근원적으로 차단한 것.

■ 한국 회계의 국제 신인도를 높여라

어느 국가의 회계 및 감사신인도가 낮으면 그 나라에 속한 기업들은 외국투자를 유치할 때 해외 회계감사인의 감사를 별도로 받아야 하는 등 추가적인 사회비용이 불가피하다. 외국에서 돈을 빌려도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하는 등의 불이익도 필연적.

서 회장은 지난 2006년부터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 회계신인도 개선을 통한 국제적 신뢰 창출을 위해 Top-10 Project를 추진했다. 당시 IMD와 WEF가 우리나라의 회계 및 감사분야의 경쟁력을 매우 낮게 평가함에 따라 회계산업의 국제신인도가 크게 추락했기 때문이다.

당시 IMD는 61개국에서 우리나라를 58위로 평가했고, WEF(회계기준 및 감사 강도)는 125개국에서 우리를 57위에 올려놨던 것.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범정부차원의 노력이 부족한 실정에서 서 회장은 회계사회가 책임 있는 민간단체로서 회계산업의 국제적 신인도 향상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에 따라 국제적 회계신인도 세계 10위권 진입 Project를 추진키로 하고 회계전문가 및 감사인에 대한 국제적 수준의 적격성·교육·윤리기준 적용 등 5대 중점추진전략을 실행, 2007년에는 IMD평가 세계 51위, WEF 평가 세계 31위로 올리는 등 신인도를 높여놨다.

■ 존경받으려면 전문가윤리부터 지켜라

서 회장은 공인회계사의 위상제고를 위해선 그에 걸 맞는 전문가윤리를 지켜야 한다고 믿고 세계수준에 맞는 윤리기준을 만들었다.

국제윤리기준과의 정합을 위해 '새로운 윤리기준을 만들어 내는 것(create)이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윤리기준을 수용(adopt)'키로 하고, 국제윤리기준을 전면수용하고 비개업공인회계사에 대한 윤리적 요구사항을 포함시킨 공인회계사윤리기준을 2006년 7월 제정한 것.

서 회장은 또 회계법인들의 자체적인 윤리실천 노력에 대한 지원과 회계법인의 구성원이 준수해야 할 기본방향과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담긴 예시적인 윤리행동규범과 시행세칙을 만들어 공포하고, 이를 회계법인들 실정에 따라 자체 규범을 만들도록 권고했다.

특히 소속회계사가 30명 이상인 회계법인은 공인회계사 직무의 신뢰성 제고와 자기 및 의뢰인의 보호차원에서 법규준수체제를 강화하도록, 회계법인에 준법감시인 을 설치토록 제도화 했다.

이와 함께 공인회계사가 경제 사회적 위상에 걸 맞는 최고의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전문가단체 최초로 공인회계사윤리신고센터를 설치·운영토록 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 밥그릇은 지키되, 시장은 확대한다

인심의 원천인 곳간을 풍성하게 하려면 밥그릇은 최대한 지키되, 업역 등 시장확대는 필수다.

서 회장은 취임 이듬해부터 시작된 재정경제부의 외감대상기업을 자산총액 70억원에서 80억원으로 높이려는 노력과 국회의 비상장법인의 외부감사 임의규정화 시도, 그리고 국무조정실의 70억원에서 100억원 이상으로의 외감대상기업 축소 등 3차례 시도를 무산시켰다.

또 세무사회가 수 차례에 걸친 고유업무라며 회계사명칭을 갖고 세무업무를 못하도록 하는 노력, 그리고 중소법인에 대한 간편납세제도를 도입하려는 국세청에 맞서 업계 이익을 지켜냈다.

서 회장에 의해 확대된 업무영역은 눈부시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의 재무보고서에 공인회계사의 검토의견을 첨부토록 법제화, 그리고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에 대한 외부감사제도를 도입하는데 발벗고 나섰다.

또 서울대학병원을 제외한 전국의 국립대학 병원들이 회계법인의 회계감사를 받은 감사보고서를 교육부장관에게 제출토록 하고, 외부감사대상 사립대학교 기준을 종전 입학정원 2000명에서 1000명으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자산총액이 500억원 이상인 지역농협은 당해 조합장 임기 2년이 지날 때마다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고, 500억원 미만인 지역농협도 조합장 임기 중 대의원이 청구하면 1회에 한해 회계감사를 받는 단위농협 감사제도를 도입했다.

또 모집자가 기부금품의 사용을 완료한 때에는 공인회계사 및 감사인의 감사보고서를 등록청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한 기부금품 모집자에 대한 외부감사제도를 도입한 것도 큰 성과다.

서 회장의 이같은 노력으로 매년 공인회계사 자격시험 합격자 중 절대다수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던 현상이 지금은 '옛날 이야기'가 돼버렸다.

지금 한국 공인회계사회 업계는 국제회계신인도 10위권을 눈앞에 두고, 글로벌을 향해 비상할 준비가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