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개원과 함께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내 의원별 번지수가 확정되면서 배지들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전망좋은 `로열석'을 차지하기 위한 당선자간 눈치작전이 극심하게 전개되는 등 4년간 둥지를 틀게 될 방 배정은 당선자들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사무실 배분에 있어 `장유유서'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면서 `볕 안드는' 구석방은 선수(選數)와 나이에서 밀리는 초선 의원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국회 사무처는 국회 분수대와 잔디가 한 눈에 펼쳐보이는 정면(A권역), 후생관쪽 측면(B권역), KBS 별관 방향(C권역), 잔디가 바라보이는 곳에서 `ㄷ'자로 꺾여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방향(D권역) 등 4개 구간으로 나눠 의석수 비율에 따라 정당별 쿼터를 정해 각 당에 전달했으며, 각 당은 `세부룰'에 따라 `강제 배치' 하는 고육책을 썼다.
민주당의 경우 D권역에 배정받은 한 초선 의원이 보좌관을 통해 "답답한 것은 못 견디는 체질"이라며 다른 방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했지만, "예외를 인정하다보면 끝이 없다", "의원들끼리 알아서 바꾸시라"는 답만 되돌아 왔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최고의 명당자리로 꼽히는 7층의 716∼730호 구역은 방 주인별로 4.9 총선에서 부침을 겪으면서 적지 않은 물갈이가 이뤄졌다.
민주당의 한명숙(721호), 신기남(717호), 임종석(718호), 민노당의 천영세(729호), 단병호(730호), 무소속 김영춘(716호) 의원 등 낙선 또는 불출마로 여의도로 떠나는 인사들은 각각 민주당 박상천 대표, 김영진 당선자,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 한나라당 주성영 이혜훈 의원, 자유선진당 변웅진 당선자에게 방을 물려주게 됐다.
17대 때 6층을 사용했던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7층(728호)으로 `영전', 로열구역에 합류했다.
한나라당 친박(親朴) 인사들 사이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545호) 사무실의 앞 방(525호)을 차지하기 위한 `충성 경쟁'도 빚어졌으나, 이 방은 선수 우선 고려 원칙에 따라 3선이 되는 조진형 당선자의 차지로 돌아갔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이정현 당선자(445호)는 바로 아래층(445호)을 신청해 낙점됐으며, 구상찬 당선자(514호)는 코너에 위치하고 있긴 하지만 같은 5층이라는 데 위안을 삼아야 했다.
대통령을 배출한 방도 인기가 높은 케이스. 이명박 대통령이 사용했던 312호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썼던 638호의 경우 한나라당 정의화, 서상기 의원이 17대에 이어 계속 머물기로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용하다 민주당 김근태 의원이 3선 내리 이어받았던 328호는 자유선진당 이재선 당선자로 주인이 바뀌었다.
`남북 6.15 공동선언'의 주역이란 의미를 살리기 위해 615호를 신청했던 무소속 박지원 당선자는 희망대로 이 곳에 입주했다.
특히 3층에는 원내 교섭단체 공동구성에 합의한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 당선자들이 `서남벨트'를 구축하며 구락부를 형성, 눈길을 끌었다.
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쓰던 329호를 배정받은 것을 비롯, 조순형 이용희 이상민 의원, 이재선 박선영 이영애 당선자 등이 마주보는 위치에 옹기종기 모였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337호에 입주하는 등 이용경(336호) 이한정(335호) 당선자 등 당선자 3명 전원의 방이 나란히 위치했다.
반면 엘리베이터 바로 맞은 편인 523호에 배치된 한나라당 장광근 당선자측은 "당초 로열층인 7층에 배정했다 누군가의 `로비'로 밀려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구석방에 배치된 한 초선 당선자는 "군번이 낮아 할 수 없겠지만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444호에 배치된 무소속 유성엽 당선자측은 `4자 징크스'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이 방에 입주했던 16대 김낙기, 17대 정종복 의원이 잇따라 낙선한 탓이다.
반면 최상의 위치는 아니지만, 정든 곳을 떠날 수 없다며 `잔류'를 결정한 당선자도 적지 않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예전보다 선호구역이 다양해 지는 것 같다"며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 `걸어 다니겠다'며 저층을 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 박주선 당선자는 당초 `황금구역'을 배정받았지만 고사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초선때부터 6선 고지에 오른 현재까지 4.19혁명의 번호인 `419호'를 20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