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지자체 재원확충 위해 계속 추진"
재정부 "세법만 복잡해져‥실현가능성 없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원확충을 위해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 19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전국시도부단체장회의'에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해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논의했으며, 관련법을 오는 9월 국회에 제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떼어내는 이 방안에 대해 국세 관련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속내다.
두 부처의 엇갈린 입장 속에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도입이 난항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 지방소득세·지방소비세 어떻게 도입하나?= 30일 행안부의 지방세 개편 방안에 따르면 지방소득세의 경우 법인세와 소득세의 일부를 이양 받고 여기에 소득할주민세 10%를 붙여 세원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지역에 따라 차등세율을 적용해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도권 지자체는 2.5%, 자립도가 낮은 비수도권은 5∼7.5% 각각 적용한다는 세부계획도 마련돼 있다.
또 지방소비세는 부가가치세 중에서 소매, 음식, 숙박업, 개별소비세 가운데 특정장소 입장 행위나 유흥음식행위 등과 관련된 세원을 지방으로 이양하게 된다.
이와 관련 행안부는 재정부에 약 6조6000억원의 국세를 지방소득세로, 4조7000억원을 지방소비세로 이양토록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의 계획이 실현된다면 11조원이 넘는 국세가 지방세로 넘어가는 셈이다.
□ 왜 도입하나?‥"더 이상 지자체가 손 벌릴 수는 없다"= 행안부가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신설하려는 이유는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는 현실을 구조적으로 개선해보겠다는 것.
이와 관련 지방소득세 도입을 연구한 이재은 경기대 교수는 "실질적인 조세사용액은 국가가 40.7%, 지방자치단체가 41.2%, 지방교육자치단체가 18.1%"라며 "지방정부의 역할이 많은 이 때 지방세로의 더 많은 세원이양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교수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려면 국세의 세율인하와 지방세의 세율인상이 필요하다"며 "지방정부의 세출권한이 확대됨에 따라 지방정부에서 개인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도입 및 확충해야 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2인 반면 세출규모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4:6으로 역전돼 있다"면서 "평균재정자립도가 50∼60% 수준인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와 지방으로 이양되는 세원 규모나 시기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청와대에도 이미 보고했다"며 "재정부가 쉽게 양보할 지는 미지수지만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재정부 "논의는 하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은 없다"= 국세와 관련한 정책 전반을 다루고 있는 재정부에서는 행안부의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방소득세 및 지방소득세 도입과 관련한 논의는 계속 해봐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실현가능성이 없는 방안"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굳이 세목을 신설하지 않더라도 지방 재원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며 "지방교부세를 늘리는 방안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의 신설은 감세와 세제 단순화를 조세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지 않고, 지역별 차등세율을 적용하는 것도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세수규모가 다르고, 이를 적절하게 배분하기 위한 기준도 마땅치 않다"며 "오히려 세목신설로 인해 세법만 복잡해지고,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