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부실금융기관으로 분류돼 국민들의 세금 86조9000억원(작년 9월말 현재)이 투입됐던 18개 국내은행들이 작년 회계연도(2007년 1월~2007년 12월)를 기준으로 국세청에 낸 법인세는 5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30일 7개 시중은행, 5개 특수은행, 6개 지방은행 등 총 18개 국내은행들에 따르면 이들이 부담한 법인세가 5조5303억1352만원으로 전년 3조1939억5300만원보다 약 73%(2조3363만6052만원)가 증가했다.
물론 국민은행이 작년 2월초부터 4월 중순까지 국세청 정기세무조사로 4420억원의 법인세를 추징 당해 약 1조6602억3700만원이라는 세금을 부담해 전체 은행들의 법인세 부담액을 끌어올렸다.
10년 전 세금을 낼 수가 없어 오히려 국민들이 냈던 세금 중 일부를 편성해 부실 대출 등을 지원해줘야 했던 은행들이 이제는 몰라보게 성장했다. 은행에는 공적자금 168조4000억원(작년 9월말) 중 절반 가량이 투입됐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숫자의 세금이 은행에 투입된 것은 은행이 망하면 서민 경제가 흔들리는 등 국가 전체의 경제도 함께 무너질 수 있기 때문. 이런 특성으로 은행은 상업적인 기업인 동시에 공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은행의 놀라운 성장 이면에는 서민들을 상대로 한 수수료 수입, 펀드 및 보험 상품의 불완전 판매, 높은 금리 등이 존재한다.
최근 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9%로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 서민들은 무척 힘겨워 하고 있다. 고유가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와 정책 금리 등 대내외적인 상황 때문에 금리가 상승했다하더라도 그 고통은 적지않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은행들은 금년 상반기내로 7~40%대의 금리로 신용도가 낮은 금융이용자들에게 소액신용대출을 공급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에서는 얼마 전 자회사인 우리파이낸셜의 대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감독당국은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은행의 서민금융시장 진출로 인해 금리인하, 서민금융 공급 확대가 기대된다는 것이 그 이유. 그러나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은행에서 판매하니까 제1금융권 대출 상품인줄 알고 덥석 대출을 받는 소비자가 생겨나는 등의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한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2010년이면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이 취급하는 모든 상품을 한 곳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전문판매점이 등장할 예정인 가운데, 제1금융권인 '은행'의 공공적인 역할은 과거보다 많이 희석됐다.
그러나 우리은행들이 세계적인 투자은행 등으로 나아가기 위해 수익성 창출을 목적으로 수수료, 고금리 등으로 서민들을 울린다면, 10년 전 국민 혈세 약 87조원이 투입된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 보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