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의 국책은행과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의 공공기관을 감사한다는 내용의 '금융위원회 감사규정'을 의결했다.
금융위의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 시절에는 없었던 감사가 갑자기 등장한 것에 대해 감사대상기관 등은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특히 금감원 노조는 적극 반발하면서 성명서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감사대상기관에 '위원회 및 소속기관'이라는 항을 포함시켜 금융위 사무처와 FIU에 대해서도 자체 감사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원래 없었던 권한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금감위 시절에 해야 했는데 인원이 적어서 할 수 없었던 일을 하려는 것"이라며 "금감위 시절에는 감사담당관이라는 직제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해야 했는데 하지 못했던 권한을 다시 회복한 것밖에는 없다는 입장.
이번 감사 규정은 과거에는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이 겸임을 했지만, 지금은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분리됐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가 감사대상기관으로 선정해 열거한 기관이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의 일부만을 포함하고 있는 등에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의 감사규정에 따르면 금융위가 감사할 수 있는 기관은 ▲금융위 사무처 및 FIU ▲금감원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휴면예금관리재단 ▲공인회계사회 ▲여신전문금융업협회 ▲은행연합회 등이다.
그러나 금융위 감사 규정에 열거된 기관에는 금융위의 산하 공공기관 중 증권예탁결제원이나 코스콤, 기은캐피탈, 산은캐피탈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감사규정에 포함된 대상기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
정기감사, 수시감사, 종합감사, 부분감사, 기강감사 등 감사의 종류까지 포함해 감사계획 수립, 감사반 구성 등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는 감사규정이 일부 기관에만 적용되는 것.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여기에 나와 있다고 해서 감사를 못하는 기관을 감사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에 나와 있지 않다고 해서 감사를 할 수 있는 데도 감사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타 법령의 규정에 의해 위원회의 감사를 받는 법인·단체·조합 등도 감사를 받을 수 있다"며 "예탁결제원이나 코스콤 등도 총리실 등의 요청에 의해 기강감사 등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 감사 규정에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에 의해 만들어진 증권선물거래소(KRX)에 대한 감사는 이뤄지지 않아 거래소는 이번에도 금융위의 감사를 운좋게 빠져나가게 됐다.
금융위는 거래소법에 금융위가 거래소를 감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거래소를 감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거래소는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아도 되며, 금융위는 금감원을 통해 거래소를 검사할 수는 있지만, 검사 결과에 대해 직접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은 없는 상태다.
거래소는 임직원 1인당 연봉이 1억원이 넘는 등 증권 유관기관 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으며, 몇 개월 전에는 금감원의 검사를 통해 골프 접대비 과다 등으로 방만 경영이라는 지적을 당했다. 금융위는 그럼에도 거래소를 직접 처벌할 수는 없었다.
금융위의 이번 감사 규정은 눈앞에 방만 경영을 보고도 처벌할 수 없었던 불합리한 현실을 눈감은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정작 감사를 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