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태평양 고문 오대식 前서울국세청장 단독 인터뷰]
"천재형 인물? 이제는 포용력 있는 사람되고 싶다"
"언제든지 연락 해달라, 소주 한 잔 같이합시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 있죠? 지난 3개월 동안 정말 바쁘게 지냈습니다. 공직에 있을 때도 관료적인 면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조금 적었다고 생각합니다. (퇴직 이후 생활에)적응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지난 3월 말 명예퇴직,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취임한 오대식 前서울지방국세청장은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완연한 '자연인'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본인 스스로도 예나 지금이나 '관료적 색채'가 적은 사람이라 평가했듯이 과거 국세청 고위공직자 오대식, 보다는 자연인 신분의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오대식'이 어느새 더 잘 어울려 보일 정도로 완벽한 변신을 이룬 듯한 모습이었다.
역삼동에 위치한 오 前청장의 사무실을 방문한 것은 지난 21일.
서울청장 재직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작은 사무실. 작지만(?), '내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공간이라 행복하다는 오 前청장.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짧지만 길었던 3개월, "나는 이제 '자연인'"= 오 前청장은 지난 3월31일 명예퇴임식을 갖고 30년 정든 국세청을 떠났다. 그리고 지난 6월1일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취임했다. 공직자 신분에서 벗어난 지 이제 고작 3개월, 정말 정신 없이 바쁜 3개월이라고 전했다.
"그 동안 집사람한테 신세진 것 보답하는 차원에서 여행도 다니고 영화도 보고 친구들과 만나 운동도 했습니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고 하던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직생활 30년보다 더 바쁘고 길었던 것 같습니다."
자연인 오대식은 어떻게 변했을까. 오 前청장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공직에 있을 때부터 격식이나 틀에 별로 얽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직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스스로 관료적 측면이 다소 적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민간)적응 과정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마찰음이 좀 적었다고 해야 할까요? 오히려 민간체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요즘 늦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헬스장에서 운동도 하면서 몸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이제는 혼자 알아서 모든 것을 해야 하는 만큼 '몸'이 재산이기에 건강관리에 신경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오 前청장은 전했다.
□ 공직에 대한 아쉬움?…"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직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수 있다. 세무조사와 관련해 자신의 설득력과 용기 부족으로 인해 납세자들이 억울한 과세를 당했던 몇 가지 사건이 기억에 남고 또 아쉬움이 남는다고 오 前청장은 전했다.
"이 보직, 저 보직 맡아 해보면서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물론 최고위직에 올랐을 때 하고 싶었던 일도 있었지요. 대리만족이란 것 있지 않습니까. 퇴임하면서 제 생각을 한상률 국세청장에게 전했고 한 국세청장이 판단해 잘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웃음)."
"정책부서 등 '큰 무대'에서 일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몇 번 기회가 있었는데 가지 못했습니다. 그 때 갔었으면…그래도 국세청에서 근무한 것 후회하지 않습니다."
□ 천재형 관료?…"그거 괴담입니다"= 오 前청장은 현직재직시절 자타가 공인하는 '천재형 관료'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그 만큼 그의 비상한 머리에 얽힌 이야기들도 많았다.
오 前청장은 "그런 이야기... 그거 다 괴담입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평가가 이제는 달라졌으면 하는 바램을 표현했다.
"머리가 좋다든지, 천재형이라든지 그런 평가는 젊었을 때나 통하는 평가죠. 사실 천재형이다, 머리가 좋다라는 평가 별로 듣고 싶지 않은 평가입니다. 이제는 포용력이 있고 따뜻하고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아야지 않겠습니까"
□ "약속은 유효합니다, 소주 한 잔 사겠습니다"= 오 前청장은 퇴임사에서 "언제든지 연락하라 소주 한 잔 사겠다"는 말을 후배들에게 남겼다.
그 약속은 지금 현재 얼마나 이행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유효한 것일까.
"아직은 퇴직한지 얼마 안됐으니까 후배들이 연락도 자주하고 소주도 마시고 합니다. 솔직히 공직생활 할때보다 월급 많이 받아요. 후배들과 마신 소주값은 내가 얼마든지 낼 수 있습니다. 아직 퇴직금 받은 것도 남아있고…"
오 前청장은 "시간도 현직에 있을 때보다 많아요. 소주 말고 가끔 양주도 사줄 수 있습니다. 부담이요? 별로 없습니다(웃음)"이라며 후배들의 연락은 언제든지 '대환영'이라고 귀띔했다.
□ 국세공무원으로서의 성공비결, 그리고 '태평양'= (후배들을 위해)국세공무원으로서 성공할 수 있는 비법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돌아온 대답은 지극히 평범했다. 그러나 '모범답안'이었다.
"노력해야죠, 공부도 많이 하고. 대인관계도 좋아야 합니다. 그리고 전문직업인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객인 '납세자가 을'이고 '내가 갑이다'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청렴하다면 금상첨화겠지요."
"가끔 농담 삼아 후배들에게 '나는 이제 을이 됐으니 (후배들을)갑을 잘 모셔야 한다'고 하곤 합니다. 그렇다고 갑이 나서서 스스로 갑이라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후배들 가끔 보면 선배들보다 훨씬 낫다고 봅니다. 앞으로 잘 할 겁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오 前청장은 업계에서 '택스 서비스'분야에 상대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는 태평양에서 자신만의 생각과 노하우를 가지고 새롭게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고 설명했다.
"제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새롭게 무엇을 조직해보고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것, 물론 짜여진 조직 내에서 부품처럼 일하면 편하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약간 다듬어지지 않은 곳에서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고 성과를 얻는 것이 (부담은 조금 되지만)보람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태평양을)선택했습니다."
오 前청장의 순수한 '꿈'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내 나이가 몇 살인데…"라는 말과 함께 대답이 돌아왔다.
"앞으로 건강하게
오랫동안 일해보고 싶습니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공직자라는 평가까지 받는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려면)열심히
해야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