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국회가 약 한 달 가량 남은 가운데 7월초부터 의원 및 정부입법이 하루에 10개 이상씩 발의되고 있지만, 30일 현재 고질적으로 문제가 돼왔던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을 개정하는 법안은 아직 보이지 않고있다.
증권선물거래소(KRX)는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선물·옵션 시장을 운영하고 감시하는 공공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어떤 감시도 받지 않고 있으며, 금융감독당국이 처벌할 수 있는 권한 또한 없다.
거래소는 작년부터 시행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았으며, 거래소법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이 검사를 할 의무가 있지만, 직접 처벌할 권한이 없는 '정체 모를' 위치에 놓여 있다.
거래소법과 함께 공공기관 운영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증권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거래소를 감시하는 장치는 계속해서 아무것도 없게 되는 것이다.
□거래소, '정체 모를' 기관= 금년 4월 금융감독당국은 거래소를 종합검사해 업무추진비, 정보수집비 및 골프접대비 등이 과도하게 집행되는 등 방만경영을 지적했으나, 거래소를 직접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이사장에게 통보하는 선에서 마무리해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6월 중순 금융위가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규정을 만들 때에도 거래소는 포함되지 않았다. 거래소법에 금융위가 거래소를 감사할 수 있는 권한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더구나 공공기관이 아닌 거래소는 감사원의 감사도 받지 않는다. 대신 거래소가 7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인 증권예탁결제원과 코스콤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하는 말도 안 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거래소는 작년말 임직원 연봉이 1억원이 넘어 증권 유관기관 중 최고를 기록했다.
□수수료 수익 무한대…이상한 거래소법?= 그러나 감사를 받아야 하는 증권예탁결제원은 얼마 전 경악할 만큼의 공공기관 방만경영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줬다.
감사원은 예탁원에 대한 기관감사결과에 대한 자료를 총 124페이지나 펴내야 했으며, 자료에는 舊재정경제부 공무원에게 향응 접대를 하거나 법인카드를 유흥비로 탕진한 내용, 임원 휴가비로 개인당 400~500만원 지급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 이렇게 방만경영을 하고도 예탁원이 작년말 현재 이익 잉여금 4814억원을 달성하는 등 경영수지 흑자를 낸 것은 거래소법의 허점 때문임이 드러났다.
예탁원의 수수료 체계가 예탁원의 1년 예산과 상관없이 주식거래가 증가하면 할수록 무한대로 받을 수 있도록 돼 있었던 것. 작년 증권회사로부터 받은 주식거래 수수료가 수입예산대비 180%에 이를 정도였다.
감사원은 "금융위 산하 시장효율화위원회가 예탁원 등이 수수료를 징수할 때 원가를 발생시키는 주식예탁 건수 등 원가동인에 연동해 부과하고, 과다 부과된 수수료는 환급하도록 유도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시장효율화위원회는 왜 수수료 체계를 개선하지 않았던 것일까? 거래소법 시행령에는 시장효율화위원회 위원 9명 중 당연직 5명을 증권유관기관 임원으로 하고 있어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인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시장효율화위원회 위원은 거래소 임원 1인, 예탁원 임원 1인, 거래소가 출자한 법인의 임원 1인 등 거래소와 직접 관계가 깊은 인사와 함께 선물협회, 증권협회 임원 각각 1인 등 5명이 수수료 수익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인사로 구성됐다.
얼마 전 시장효율화위원회의 위원은 전부 민간위원으로 구성하되, 7명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바 있지만, 수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만한 인사들로 구성되지 않는 한 예탁원 등의 증권 유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폐해를 끊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