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公約)은 정부나 정당, 입후보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하는 일이며 법률상으로는 공법에서의 '계약'을 뜻한다고 국어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등 나라를 대표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을 뽑을 때에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공약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18대 총선에서 국민들의 일방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친박연대 등을 포함해 무려 172석이라는 거대 여당으로 거듭났다.
한나라당 某 의원은 이를 두고 당 공식석상에서 "국민들이 노무현 정권의 세금폭탄, 특히 중산층의 가혹한 세금 이것을 반대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고, 한나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준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한나라당의 감세공약이 큰 힘을 발휘했다는 자평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한나라당의 행보를 보면 스스로 이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4일 최고위원회의 회의석상에서 강조된 일부 서민사용품목에 대한 부가가치세의 환급방침은 한나라당이 총선공약으로 내세운 일부품목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방안에서 크게 달라진 결정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총선에서 라면, 식용유, 기저귀 등 52개 생필품과 육아용품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공약을 내 세웠지만, 이날 거듭 강조된 해명으로는 일률적인 면세는 서민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특정품목에 대하여 서민층이 부담한 부가세 환급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된 모양새다.
사실 부가세 면세공약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는 진작부터 반대해 왔던 정책이다. 세수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부가세를 확실한 계획 없이 줄일 경우 정부살림운영에 큰 타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부득부득 우겨서 공약으로 만들어 놓고 심지어는 "생필품 부가세 면세는 정부가 반대해도 추진하겠다"며 강경발언을 일삼던 그들의 자신감은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알 길이 없다.
바로 미래를 걱정하는 깊이 있는 논의 없이 표를 쥐고 있는 국민들을 '혹'하게 하는 것이 공약의 주된 목적이었다는 지적을 받을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또 어떤 물품에 대해 누구에게 환급할 것인지 등의 구체적 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공약도 지난번 발표된 정부의 유류환급대책과 같이 엄청난 행정력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거 계약파기로 계약을 무를 수도 없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고‥거 참 열받네"
허황된 공약에 속아 계약한 국민들의 머릿속은 요즘 이런 생각으로 가득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