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HSBC, 금융위에 두달내 결정 요구한 듯
영국계 HSBC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금융위원회에 외환은행 주식 한도초과 보유 승인신청과 관련된 심사를 두달 내 완료토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매가격 조정과 함께 심사완료 시한이 변수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금융위의 심사가 9월 말 이후로 지연될 경우 론스타와 HSBC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 일부에서는 외환은행 매매가격 조정에 대한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한 HSBC와 론스타가 계약 파기를 위한 명분을 찾기 위해 정부를 끌어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 론스타.HSBC, 두 달 내 심사완료 요구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론스타와 HSBC는 최근 금융위에 매각 심사를 9월 말 전에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지난달 25일 HSBC의 외환은행 주식 한도초과 보유 승인신청과 관련된 심사 절차를 재개키로 했다고 밝혔지만 승인 여부는 2003년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의 1심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 결정키로 했다.
론스타와 HSBC는 금융위의 입장 변화에 대해 겉으로는 환영을 표했지만 속으로는 승인 지연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법원이 헐값매각 의혹 재판의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돌발 변수로 인해 재판이 연말이나 내년 이후로 연기될 수 있는 데다 금융위가 여론에 등 떠밀려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론스타와 HSBC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2심 재판에서 론스타의 무죄가 밝혀진 이상 론스타가 피고도 아닌 헐값매각 의혹 재판 때문에 HSBC의 외환은행 인수자격에 대한 심사가 지체될 이유가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법 상 자료보완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달 이내에 심사를 완료토록 돼 있는 점도 조기 결정을 요구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 금융위 부인..9월 말 계약파기 가능성도
그러나 금융위는 론스타나 HSBC로부터 9월말 이전 심사 종결 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HSBC의 보완자료 제출 이후 심사에 착수해 헐값매각 재판 이후 결정키로 한 입장에 변함이 없으며 론스타와 HSBC 간에 체결된 국제적이고 민사적인 계약에 정부가 관여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가격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론스타와 HSBC가 금융위의 심사완료 시기를 문제 삼을 경우 계약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HSBC와 론스타는 계약 연장에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가능한 한 9월 말까지는 계약을 파기하지 않고 매각 종결을 위해 노력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위가 두달 내 심사를 완료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힐 경우 9월 말 이전에 계약이 파기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매각에 정통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론스타와 HSBC가 금융위 고위층에 두달 내 심사 완료 의사를 피력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9월 말을 넘길 경우 계약이 자동 파기되겠지만 금융위의 심사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을 경우 그 이전이라도 파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일부에서는 가격 조정에 합의하지 못한 론스타와 HSBC가 계약 파기를 위한 명분 찾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HSBC는 최근 외환은행 주가가 론스타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작년 9월3일의 1만4천600원에 비해 1천400원 가량 떨어진 점을 근거로 론스타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론스타는 작년 하반기 이후 1년간 9천500억원 이상 당기순이익을 올린 점 등을 근거로 큰 폭의 가격 인하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외환은행 헐값매각 재판 이후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키로 한 만큼 9월 말 이전에 심사를 끝내겠다고 확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론스타와 HSBC가 계약 파기에 따른 비판을 피하기 위해 금융위를 끌어들이려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