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평가 긍정론 '우세'…"개입 후 연착륙 중요"
7일자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대한 전쟁을 선언한 지 1개월이 되면서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최소 100억 달러, 많게는 200억 달러 이상의 달러를 써버렸는데 과연 적절했는지, 효율적이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시장은 정부가 거둔 단기적인 성과에 대해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다만 시장 기능 왜곡 및 외환보유액 적절성 논란 등 개입에 따른 후폭풍을 앞으로 잘 소화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 개입 한 달 '성공' 평가 우세
최근 한 달간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우호적이다.
우선 결과가 좋았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던 시점에서 1,05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6거래일째 1,01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당국의 대량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은 한 때 장중 1천원 선이 깨지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선 1,000~1,020원 사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풀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데 대한 정당성에도 대부분 시장 관계자들은 동감하는 분위기다. KDI 김현욱 연구위원은 "환율이 요동치거나 물가가 급등하는 등 상황이 급박할 경우 정부의 개입은 용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6월과 7월 소비자물가에서도 드러났듯 물가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고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우세했다"며 "외환시장도 지극히 불안한 상황이어서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원유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유가 급등으로 촉발된 물가 상승 국면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매우 제한적이었다"며 "정책금리 조정은 급격한 경기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정부가 쥔 카드는 외환정책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이 1% 하락하면 소비자물가를 0.175%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 외환보유액 적정한가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따라 7월 중 외환보유액은 2천475억2천만 달러로 한달 전에 비해 105억8천만 달러나 감소했다.
절대적인 외환보유액 규모로 따지면 세계 6위 수준이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되는 국면에서는 미묘한 변화도 비관적으로 해석된다는 점이 문제다. 경기가 하강하거나 신용 경색이 심화되면 간은 규모의 외환보유액도 불안해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국내 외환보유액 얼마나 쓸 수 있나' 보고서에서 "경상거래와 자본거래를 모두 포함하는 보수적인 기준으로는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에 비해 568억 달러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주장은 전문가 집단이나 정부 당국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13위인데 외환보유액은 6위이고 유동외채 비율 등 여러 지표를 볼 때 외환위기가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세계 외환시장에서 투기 자금 규모가 1조 달러가 넘는 만큼 외환보유액의 적절성을 논하기보다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적정 외환보유액이 얼마인가에 대해서는 통일된 견해가 없다"며 "다만 2천100억 달러를 넘으면 적정하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답변한 바 있다.
외환당국 고위관계자는 "외환보유액에서 단기 외화차입금을 빼면 약 500억 달러가 남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여유가 있다고 본다"며 "또 이런 상황은 모든 채무에 대한 상환 요청이 오고 민간 부문에서 이를 전혀 갚지 못한다는 가정인데 현실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개입 후 연착륙 더 중요"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어떤 형태로 연착륙을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비상 시기에 정부 당국의 시장 개입은 용인될 수 있지만 얼마나 부드럽게 시장 기능을 다시 되돌려 놓는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된다는 분석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달러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은 정부가 달러를 풀어주다 보니 외국인들이 한국에 있는 자산을 우선 매각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한국 정부가 달러를 싸게 공급해주는 국제적인 '봉'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형태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이로 인해 정부는 더 많은 달러를 내놔야 하는 악순환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KDI 조동철 거시금융연구부장은 "최근 외환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 주체들은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정부가 시장을 조정하고 있는지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장 기능을 어떻게 정상화시키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른 외환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으로 짓누르다 보니 정부가 개입을 하지 않으면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야 할 뉴스가 나와도 슬그머니 오르는 식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한달간 시장 개입의 성공 여부는 결국 얼마나 부드럽게 개입을 마무리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