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반발에 당사자 "다양한 인권 시각 필요"
한나라당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공안기획검사 출신 대학교수를 사실상 내정한 것으로 알려져 인권 관련 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12일 인권위와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최근 공석 상태로 있는 인권위 비상임위원 자리에 최윤희(崔允姬.44.여) 건국대 법과대학장 겸 법학전문대학원장을 내정했다.
국가인권위법은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해 국가인권위원 11명(여성 4명 이상)을 두되 이 중 4명은 대통령이, 3명은 대법원장이 각각 지명하고 나머지 4명(상임위원 2명 포함)은 국회가 선출토록 규정하고 있다.
사법시험 30회 출신의 최 교수는 1991∼1997년까지 서울지검, 부산지검, 인천지검, 법무부 국제법무심의관실 등에서 검사 생활을 했고 변호사 6년, 판사 1년을 거쳐 한국씨티은행 사외이사를 지냈다.
그는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 시절 여성 최초로 공안기획검사를 1년 간 맡은 적이 있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최 교수는 별다른 인권 분야 활동 경력이 없고 인권 관련 논문 실적도 전무할 정도로 인권문제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라며 "특히 공안검사 출신 인사를 인권위원으로 뽑는다는 것은 인권위 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최 교수가 예정대로 임명될 경우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 중 인권위원을 임명토록 한 국가인권위법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인권단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내정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공안기획검사로 재직할 때 시국사범 관련 일도 했지만 주로 담당한 것은 노사갈등 분야"라며 "법조인으로서 나름대로 인권을 위해 이바지해왔다"고 반박했다.
최 교수는 또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편향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인권위에는 균형적 시각을 가진 다양한 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법률전문가로서 대과 없이 임무를 수행해온 나 역시 균형적 판단을 가진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임기가 끝나는 인권위원들에 대한 후임 인선 작업이 가시화하면서 인권위의 인적구성도 크게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인권위원 구성을 살펴보면 안경환 위원장과 상임위원 2명, 비상임위원 4명 등 위원 7명이 참여연대와 민변 또는 소위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밖에 상임위원 1명과 비상임위원 2명이 각각 언론계와 법조계(판사) 출신이다.
이달 초에는 청와대가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선진국민연대 출신의 김동수 목사를 임기가 끝난 원형은 비상임위원 후임으로 내정했다는 주장이 인권위 내부에서 흘러나와 논란이 일자 청와대측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최 교수가 비상임위원으로 임명되고 원형은 위원 후임으로 대통령이 최 교수와 비슷한 성격의 인사를 지명할 경우 인권위의 인적구성은 크게 달라지게 된다.
인권위 관계자는 그러나 "지금까지도 위원들은 접수된 사건을 놓고 심층토론을 벌이며 서로 다른 생각들을 조율해왔다"며 "인권위원이 많이 바뀐다고 해도 인권 관련 결정 기조까지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