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한 기업의 지분 매각을 서두르고 있으나 주변 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매각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증시 침체로 정부가 지분 매각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매각대금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부 기업은 시장의 부정적인 시각을 우려해 M&A(인수합병) 불참을 선언하는 등 악재가 겹치고 있어 매각 계획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증시 침체가 지속하면서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쌍용건설, 쌍용양회, 우리금융지주, 대우증권 등 정부가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3만600원이던 대우증권의 주가는 18일 종가로 1만8천500원까지 추락해 하락률이 40%에 달한다. 6조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3조5천억원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8만8천원이던 현대건설 주가는 6만7천300원으로 폭락했으며, 5만1천600원의 대우조선해양주는 3만8천550원으로 떨어졌다. 모두 코스피지수보다 더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자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보유 지분을 매각해 얻을 수 있는 대금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금보험공사가 72.97%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유지분 가치가 11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식이 20% 가량 떨어져 지분 가치가 2조원 이상 줄어버렸다.
정부로서는 증시 회복을 기다려 지분 매각을 추진할 수 있지만 침체 장세가 지속한다면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갈수록 악화하는 시중 자금시장도 고민거리다. 대기업들이 자금난을 우려해 매각 대상 기업의 인수 경쟁 자체를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산그룹은 18일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기존 핵심 주력사업에 집중하는 게 국제 경쟁력 배양과 성장에 유리하다"며 인수를 깨끗이 포기한 것. 두산의 전례를 다른 기업들이 따를 경우 매각 대상 기업의 몸값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우증권의 조재훈 투자전략부장은 "시중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현 상황에서 정부 보유지분 인수에 나설 대기업은 보유 현금이 충분하고 재무 건전성이 뛰어난 기업으로 한정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분 매각을 서두르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치밀하고 세심한 매각 계획을 세워 이를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동부증권의 지기호 투자전략팀장은 "증시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막대한 물량의 지분 매각을 서두르면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임기 5년에 걸친 중장기 계획을 세워 점진적으로 지분 매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