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법상 국세 부과제척기간은 5년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기간 이후에는, 속된 말로 대통령 할아버지라도 납세자에게 세금을 받아낼 도리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외가 있습니다. 납세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통해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는 경우에는 부과제척기간은 10년입니다. 또 납세자가 신고기한 내에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도 7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됩니다.
이처럼 장기간의 부과제척기간을 설정한 이유는 납세자들의 탈세유인을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부과제척기간이 일률적으로 5년이라면 탈세한 납세자의 경우 5년 동안 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그 이후에 적발이 되더라도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할 수 있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개념 자체가 다소 광범위, 개념의 상대적 이해도를 두고 과세관청과 납세자간 반목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최근 조세심판원이 기각결정을 내린 불복사건도 이와 유사한 케이스입니다.
□ 20억원 소득누락, "단순한 신고누락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현금수입업종을 영위하고 있는 개인사업자 A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 A씨가 지난 2002년 1월부터 2007년 6월까지 기간 동안 무려 20억원이 넘는 수입금액을 신고누락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수입금액 누락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국세청 조사결과 A씨가 과세당국의 의심을 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축소한 수입금액에 맞춰 주요 재료비, 인건비 등을 장부에 과소계상한 사실도 적발됐습니다.
돈이 흘러 다닌 흔적이 좀처럼 남지 않는 현금수입업종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 셈이죠. 국세청은 지난 3월 A씨에게 탈루된 세금을 부과하고 조세포탈범으로 고발조치까지 취했습니다. A씨는 즉각 국세청의 과세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A씨는 국세청이 자신에게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통해 탈세를 했다며 10년의 '부과제척기간' 적용한 것을 문제삼았습니다. A씨는 "통장에 입금된 현금 수입금액 일부를 단순 신고누락한 것일 뿐이며 조세포탈을 위해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 받은 사실도 없으며 과세표준신고서도 제대로 제출했기 때문에 부과제척기간 5년을 적용해야 한다. 적어도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2002년분 세금추징액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장부 짜 맞추기‥"사기 또는 부정한 행위"= 그러나 국세청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A씨의 소득누락을 단순 신고누락으로 판단하기에는 인위적으로 '그림'을 맞추려고 한 흔적이 두드러졌다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이었습니다.
국세청은 "A씨는 현금수입금액을 은행계좌로 입금.관리했고 이 중 현금매출액의 20%정도만 계상하고 80%는 누락시켰다"며 "또 임의로 축소한 수입금액에 맞춰 원재료비 등을 과소계상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세청은 이어 "이는 단순 과소신고가 아니라 부정한 의도를 갖고 조세를 포탈한 것이기 때문에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맞섰습니다.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A씨의 행위가 사기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시도한 조세포탈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심판원은 "현행 법상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조세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뜻한다"며 "A씨는 상당기간 동안 현금수입금액 중 상당액을 신고누락하고 이에 맞춰 주요 원재료비 등 비용을 과소계상하는 등 지속적인 장부조작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심판원은 이어 "또한 매출누락 한 금액도 신고금액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보아 단순히 수입금액을 신고누락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국세청이 부과제척기간 10년을 적용한 처분은 잘못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