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2일(한국시간 23일) 제16차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는 페루 리마에서 '고별회동'을 가짐에 따라 두 정상이 그간 쌓아온 두터운 신뢰관계에 다시 한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직전 참여정부 때 극도로 소원해진 한미관계는 새 정부 들어 급속히 회복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미 양국 모두 이념적 성향이 흡사한 보수정권이라는 공통점이 크게 작용했지만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간의 개인적 친밀감도 한미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을 소유하고 있는데다 같은 종교를 믿고 있다는 공통점을 토대로 급속히 가까워졌다. 이 대통령은 독실한 개신교 장로이고, 부시 대통령 역시 신앙심 깊은 근본주의 기독교인으로 통한다. 부시 대통령은 부인 로라 여사를 따라 감리교로 개종하기 전까지 장로교 신자였다.
'실용외교'를 앞세운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대미관계 복원에 적극 나섰고, 지난 4월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1차 한미정상회담 때 양국간 `전통적 우호관계'를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전략적 동맹관계는 한미동맹의 범위를 기존의 군사분야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문화 등 양자간 전반적인 관계로 확대 심화하는 다층적이고 포괄적인 동맹관계를 뜻하는 것으로, 그간 한미관계 전반에서 이에 기반한 각종 조치들이 뒤따랐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두 정상이 4월 첫 회담에서부터 이날 페루 고별회담까지 7개월 동안 무려 4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것이 가장 상징적이라는 평가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이 이렇게 자주 만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주요 정책이나 현안을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한미공조는 빛을 발했다.
우선 4월 정상회담 직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쇠고기 파동'이 터지면서 한미관계는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양 정상간 우의와 신뢰를 토대로 가까스로 고비를 넘겼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우리측의 추가협상 요구를 2차례나 받아줬고, 그 결과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미국 현지에 대한 우리의 검역주권을 확보하는 등의 성과를 얻어내 성난 민심을 조금이나마 진정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미 정부와 부시 대통령은 미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영유권 원상회복, 한국의 미국산 무기 및 군사장비구매(FMS) 지위 격상, 워싱턴 다자회의(G20) 한국 참여 등의 과정에서도 우리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말한다.
지난 7월 미 지명위원회가 독도 영유권을 `한국'에서 `주권 미지정지역'으로 바꾸면서 논란이 일고, 한국 내에서도 반미감정이 일 조짐이 보였으나 부시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1주일 만에 원상회복됐다.
또 지난 15일 열린 워싱턴 G20 회의에 한국이 참여하게 된 과정에서도 부시 대통령의 `공'이 컸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요청으로 G20 정상업무 오찬에서 예정에 없던 연설을 하는 기회도 가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공조가 이렇게 끈끈한 적은 없었다"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이렇게 자주 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 두 정상이 돈독한 신뢰를 토대로 한미관계를 공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