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재경부 "감세 효과 불확실 우려"
현 재정부 "감세가 경기부양에 효과적"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의 주요 감세정책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감세 효과에 대한 논란이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소비진작과 투자활성화 등을 위해 감세정책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감세가 부자들을 위한 것으로 재정확대 정책과 병행 실시하면 재정건전성에 타격만 줄 것이라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제 담당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는 24일 '감세와 재정지출에 대한 주요 이슈'를 정리한 자료를 발표, 현재의 감세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재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조세연구원, 한국경제학회 등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감세정책이 재정지출 확대보다 효과적이며, 최근 금융위기 탈출과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욱 과감한 감세정책이 필요하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나 3년 전이었던 2005년 11월 당시 재정경제부(2008년 2월 기획재정부로 통합)는 '감세논쟁 주요논점 정리'라는 자료를 통해 감세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한 바 있다.
2008년 11월의 기획재정부가 2005년 11월 재정경제부는 '감세 효과'에 대해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게 된 셈이다.
□ 현재의 재정부 "감세가 경기부양에 효과적"= 재정부는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정책이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지속되자, IMF 분석결과 등 국내외 학계에서 제시된 감세 긍정론에 대한 자료를 24일 발표했다.
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지난 1970년부터 2007년까지 41개 회원국의 재정정책을 분석한 결과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정책을 병행할 경우 단독으로 사용한 경우에 비해 경기부양 정도가 크다고 밝혔다.
또한 두 정책을 비교하자면, 경기부양에 감세정책이 재정지출확대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IMF는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감세 정책에 대해 "기업과 개인의 세금 부담을 줄여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려는 목적"이라며 "법인세 인하는 한국을 기업 경영비용이 가장 저렴한 국가 중 하나로 만들고, 양도세 인하는 중산층의 세금부담을 덜어주고, 상속세 인하는 세대를 걸쳐 부를 축적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 시카고대학교 교수 역시 "한국정부의 이번 법인세 및 자본에 대한 과세경감은 잘한 일이며, 경제적 자유 제고와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부는 조세연구원의 김우철 박사, KDI 허석균 박사, IMF의 Richard Hemming외 2인의 연구 자료에서도 감세가 재정지출보다 효과적으로 분석된 논문이 있다고 제시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감세를 통해 소비기반 확대와 기업의 투자 및 고용을 촉진하고,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저소득 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 3년전 재경부 "감세효과 부유층 집중, 재정건전성 악화"= 지난 2005년 11월 당시에도 본격적인 세법 개정안 등에 대한 국회 입법을 앞두고 '증세'를 추진하는 정부·여당(열린우리당)과 '감세'를 주장하는 야당(한나라당)의 논쟁이 치열했었다.
당시 재경부는 '감세논쟁 주요논점 정리'라는 자료를 내고 ▲OECD 평균에 비해 높지 않은 세율 수준 ▲감세에 따른 소비·투자효과 불투명 ▲큰 폭의 세수감과 어려운 세입여건 등으로 인해 감세정책을 채택할 수 없다며 국회를 압박했다.
특히 재경부는 "감세혜택이 주로 부유층에 집중돼 소득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세입기반을 항구적으로 잠식해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반면 재정지출확대는 직접수요를 증가시켜 경제활성화에 효과적이고 세입기반 잠식 등 문제가 없다"고 오히려 재정확대 정책을 강조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법인세율 인하정책도 전혀 다른 논거가 제시됐었다. 당시 허용석 재경부 조세정책국장은 "법인세율 인하가 단기간에 기업투자의 증가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연구기관의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나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감세조치를 해도 소비증대 효과가 미미해 세부담 형평성을 저해한다고 재경부는 밝혔다.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절반 가까이가 소득세를 내고 있지 않고 기업의 34%가 결손으로 법인세를 내지 않고 있어 이들에게는 직접적인 감세효과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