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난 28일 학원 70여 곳을 포함해 피부과나 한의원 등 고소득자영업자 147명에 대한 일제조사에 나선 가운데, 학원들의 탈세수법이 전문가 뺨치는 수준으로 드러나 관심을 끌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은 탈세수법을 따로 강의하더라도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조마저 나왔다. 그러나 세무조사요원들의 실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결국 국세청 조사국 요원들에게 덜미가 잡혔기 때문.
■ 그림으로 번 돈 그림 때문에 덜미잡힌 미술학원장
서울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최某 원장은 화가를 지망하는 입시학생 들에게는 꽤 알려진 인물. 거기다 그는 교육청에는 수강료를 18∼19만원을 받는다고 배포 있게 신고하면서, 실제로는 그것보다 2∼3배 많은 수강료를 받는 능력(?)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최씨 능력의 원천은 현금. 그는 교육청에 신고하는 수강료까지만 카드 등으로 받았고, 이를 초과하는 배 이상의 수강료를 현금으로 따로 받고 있었다는 것.
그는 특히 대학입시 무렵인 10∼12월에 몰리는 실기 수강생들에게는 70∼80만원에 이르는 고액 수강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꽤 좋은 능력을 보유한 그가 국세청에 덜미가 잡힌 것은 그림 때문. 그는 자신의 현금을 따로 관리하기 위해 장인, 장모 또는 처제의 차명계좌로 신고 수강료를 초과한 63억원을 관리한 사실이 세무조사 끝에 발각됐다.
국세청이 미술학원 특성에 맞는 조사를 벌이기 위해 가계도라는 그림을 그려 분석해서였을까. 그는 세무조사 끝에 세금 16억을 추징 당한 것도 모자라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되기까지 했다.
■ 학원을 하지만 외국이 좋아…탈세한 돈으로 자녀유학에 150번 해외관광
서울에서 대학편입학원과 출판업을 같이 하는 이某학원장의 주된 수입은 교재판매와 수강료수입.
그는 대학편입교재를 받아보는 신규회원의 교재판매대금만 정상신고를 했을 뿐 기존회원에게 공급하는 교재판매 수입 45억원 그리고 학원수강생에게서 현금으로 받은 수강료 34억원은 종합소득신고에서 뺐다.
뺀 돈의 규모가 무려 79억원에 이르다보니 겁이 나서였을까. 그는 신고누락 수입금액 79억원에 대응하는 비용도 36억원이나 있었지만 이를 포기하고 신고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가 소득신고를 축소한 규모는 43억원이 된 것.
국세청에 따르면 그는 국내에서 대학편입학원을 운영하지만 자녀들은 모두 탈세한 돈을 이용해 해외유학을 보냈다. 이에 더해 해외에 부동산을 취득하는가 하면, 관광 등을 위해 무려 150차례나 해외여행을 즐기다 국세청에 덜미가 잡혔다.
■ 세금 낼 돈은 없어요…그러나 나는 부동산 부자
서울에서 입시학원을 주식회사형태로 운영하는 이某 사장은 현금으로 수강료를 낸 학생들에게는 카드수수료만큼 할인해주는 친절함을 보이고도 국세청 세무조사로 낭패를 본 케이스. 친절까지는 좋았는데, 현금수입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
국세청에 따르면 이씨는 국세청 세무조사가 착수되자 곧바로 수강생기록부, 수강증 발급현황과 같은 과세근거자료를 과감히 파기해 세무조사요원들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국세청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한 용감한 수강생의 제보 때문. 이 수강생이 조사요원들에게 "이 학원은 현금으로 수강료를 내면 카드수수료를 할인해 준다"며 학원자랑을 했던 것.
분명히 숨긴 소득이 있을 것으로 믿게 된 조사요원들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회사 관리이사 컴퓨터에 접근이 제한된 수상한 파일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고, 이 파일이 결국 세무신고하지 않은 현금수납분 집계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세청은 "이씨의 개인명의 계좌에 대한 금융추적을 벌인 결과 이 계좌에서 현금으로 받은 수강료 15억원이 누락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씨는 이렇게 탈세한 돈으로 18억원 상당의 부동산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씨에 대해 15억원에 대한 법인세 등 11억원을 추징한데 이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포탈세액에 상당하는 벌금을 부과했다. 5억원도 되지 않을 소득 15억원에 대한 세금을 아끼려다 세금과 벌금을 합쳐 20억원이 넘는 돈을 뱉어내야 할 상황이 된 것.
■ 방학특강으로 번 돈은 가욋돈 "세금 낼 수 있나요?"
서울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학원장 정씨는 오래 전부터 국세청 주목을 받던 인물. 정씨와 그의 직원 명의의 통장에서 수상한 돈이 수시로 입출금되고 있는 것이 국세청 레이더에 포착됐기 때문.
세무조사에 나선 국세청은 정씨가 방학특강이나 학교시험 또는 수능직전엔 보충수업명목으로 임시강좌를 열어, 평소보다 고가의 수강료를 받았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씨의 학원은 임시강좌에서 얻는 고가의 수강료 가운데 교육청에 신고하는 수강료만큼만 카드나 현금영수증을 끊어주고, 이를 초과하는 수강료는 현금으로 받아 법인인 학원명의가 아닌 정씨와 직원명의 통장으로 21억원이나 관리하고 있었던 것.
국세청은 "정씨는 수입금액을 탈루를 은폐할 목적으로 강사에게 지급한 성과급 강사료 7억원 신고도 포기, 결과적으로 14억의 소득을 탈루한 셈"이라며 "정씨 학원에 대한 법인세와 대표자 소득세 등으로 5억원을 추징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