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면 학부모까지 확인조사…악의적 탈세엔 엄벌 방침
최근 크게 오른 학원비가 서민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이 고액의 수강료를 현금으로만 받아 세금을 탈루하는 외국어·입시학원 등 학원 60∼70여 곳을 포함해 고소득자영업자 147명에 대해 지난 28일 일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의 이번 조사는 ▲고액의 수강료를 현금으로만 받는 방법 등으로 세금을 탈루하는 외국어·입시학원과 스타강사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액의 진료비 등을 현금으로 받고 이를 신고누락한 혐의가 있는 피부과·한의원 등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세청은 특히 세무조사를 눈치챈 일부 학원들이 수능이 끝난 바로 직후 학부모들을 불러모아 "이제 수능이 끝났으니 세무조사가 착수될 것이다. 현금납부 기밀을 유지해 달라"고 당부한 정황도 포착, 필요하면 조사과정에서 학부모까지 확인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국세청 이현동 조사국장은 30일 "국세청은 지난 28일 탈루혐의가 큰 학원사업자 등 고소득 자영업자 147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며 "이번 조사대상은 서민생활에 부담을 주면서 세금을 탈루하는 업종의 사업자 다수가 선정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국장은 이어 "최근 사교육비 지출증가는 취학전 아동부터 중·고등학생에 이르는 자녀를 둔 서민 가계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국민부담을 주면서도 학원비를 현금으로 받아 세금을 탈루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번에 중점적인 조사가 이뤄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에 따르면 이번 학원세무조사 대상에는 방학특강·보충수업 명목으로 교육청에 신고한 수강료 보다 많은 수강료를 변칙적으로 받으며, 초과징수 수강료는 현금으로만 받아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입시학원들이 다수 포함됐다.
또 ▲수강료를 현금으로 내면 카드수수료만큼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현금납부를 유도해서 세금을 탈루한 입시학원 ▲대학입시를 앞두고 몰리는 실기수강생들에게 고액의 수강료를 요구하고, 이를 친인척명의 차명계좌로 송금받아 세금을 탈루한 미술학원도 조사대상.
아울러 ▲신용카드로 수입금액이 드러나자 주요 비용항목인 식자재비를 허위로 부풀려 소득을 축소한 기숙형 입시학원 ▲편입시험용 교재비와 현금수강료를 신고누락하고, 이를 은폐할 목적으로 관련 비용도 신고하지 않은 대학편입학원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는 것.
이 국장은 이와 관련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를 눈치챈 일부 학원에선 수능이 끝난 후 현금으로 수강료를 낸 학부모들을 불러 회유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며 "이런 경우에도 금융추적조사 등으로 누락된 수강료를 끝까지 찾아내 철저히 과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특히 "타인명의로 된 통장을 이용하고 각종 증빙서류를 은닉·조작하는 수법을 통해 현금으로 받은 수강료·진료비 등을 신고누락한 경우는 금융추적조사는 물론 거래상대방인 학부모까지 확인조사를 벌여 자금흐름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장부파기·은닉, 이중장부 작성 등 악의적 조세포탈에 대해선 검찰고발 등 조세범처벌법을 엄격히 적용하고, ▲수강료 초과징수 ▲교습자 무단변경 ▲무자격 강사채용 ▲등록(신고)외 교습과정 운영 ▲수용능력인원초과 등 관련법규 위반사실이 밝혀지면 교육청에 통보할 계획이다.
이 국장은 "국세청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납세자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욱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그러나 서민생활에 부담을 주면서 탈세로 높은 소득에 상응하는 의무는 다하지 않는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한 세무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국세청이 지난 8월부터 벌인 제8차 고소득자영업자 세무조사와 관련해선 136명에 대한 조사를 벌여 843억원(1인당 6.2억원, 소득탈루율 44.6%)의 세금을 추징하고, 그 중 15명에 대해선 조세범칙 처벌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이 지난 2005년 12월부터 지금까지 8차에 걸쳐 실시한 고소득자영업자 세무조사는 모두 2324명에 대해 이뤄졌으며, 이를 통해 모두 1조2551억원(1인당 평균 5.4억)의 세금을 추징했다는 것이 국세청 설명이다.
국세청은 이같은 세무조사로 '탈세는 범죄이며, 탈세의 대가는 크다'는 인식을 자영업자 전반에 걸쳐 확산시켰으나 아직 일부 업종의 신고성실도는 낮다고 판단, 업종전반의 신고성실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때까지 지속적인 세무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