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3일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유가 인상과 직접 연관성이 크지 않은 학원비가 크게 올라 서민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사교육비 실태조사와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요즘 유수의 학원들이 현금만 받는다는데 국세청도 필요하면 조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학원에 대한 세무조사를 언급, 범 정부차원에서 진행되는 사교육비 종합대책과 함께 세무조사는 그 시기만 문제였다.
김갑순 서울지방국세청장도 지난달 10일 서울국세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탈루금액이 큰 학원들은 분석을 통해 탈루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며 학원에 대한 세무조사가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그러나 걸림돌이 된 것이 대학입학을 위한 수학능력시험. 수능이 온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는 만큼, 수능을 코앞에 둔 시기에 학원에 대한 세무조사에 일제히 나섰다가는 국세청이 일 잘하려다 되레 돌팔매를 맞을 상황이었기 때문.
국세청 이현동 조사국장은 30일 학원을 중심으로 한 제9차 고소득자영업자 세무조사 사실을 확인하면서 "대통령의 사교육비 종합대책 지시가 떨어진 후 왜 2달이 지나서야 세무조사를 벌이느냐"는 지적에 대해 "지난 13일 있었던 수학능력시험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세무조사 지시'와 김갑순 서울지방국세청장의 세무조사 예고가 이어지면서 국세청도 철저한 대비를 했겠지만, 국세청보다 더 치밀하게 세무조사 사전준비를 한 곳은 학원가로 알려졌다.
이현동 조사국장은 "학원들이 수능이 끝난 바로 직후 학부모들을 불러모아 '수능 전에는 불가능했지만 이제 수능이 끝났으니 세무조사가 착수될 것이다. 현금납부 기밀을 유지해 달라'며 학부모들을 회유한 정보가 속속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학원 세무조사를 나서는 국세청 조사국 직원들도 "학원들이 이미 세무조사가 들어올 것을 눈치채고 통장을 숨기거나 비밀장부를 불태우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한 것 같다"며 "뻔한 조사를 하게 되다보니 가장 어려운 세무조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동 국장도 "이번 조사는 이미 관련 증빙을 감출 시간을 충분히 줘서 어렵게 진행될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할 정도.
이 국장은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증빙서류를 은닉하거나 조작하는 수법으로 현금으로 받은 수강료 등을 신고 누락하면, 금융추적조사는 물론 학부모에 대한 확인조사까지 벌이는 등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며 탈루세금 철저 환수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