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상경제연구소는 3일 '정부정책 성공의 충분조건: 소통'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미 시행된 7개 주요 정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소통의 관점에서 분석했다"며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대기업집단의 과잉·중복투자를 없애기 위해 추진한 빅딜에서는 정부의 중재역할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업종별로 비교우위를 지닌 대기업집단에 사업을 집중하고 기업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는 좋았으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빅딜이 지연됐고 실행 과정에서도 참여기업 간 갈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외견상으로는 기업 자율을 강조했으나 삼성차와 대우전자의 맞교환 방안이 빅딜 진행 도중에 포함되는 등 정부 개입이 빈번하게 이뤄졌다"며 "반도체 통합 과정에서도 LG그룹과 현대그룹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현대가 경영주체로 선정된 지 10개월이 지나서야 통합법인이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경부고속철도의 천성산터널 공사, 방사성폐기물 처리장(방폐장) 건립도 소통에 실패한 사례로 꼽혔다.
연구소는 천성산터널 공사는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한 뒤 대법원의 판결로 문제를 해결했으나 그 과정에서 큰 비용이 발생했고, 방폐장 건립은 경주 유치에 성공하기 전까지 지역주민과의 소통이 미흡해 10년 이상 사업이 진척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80년대 후반 분당 등 5개 신도시를 개발하는 '주택 200만 호 건설', 민.관 협력으로 96년 세계 최초로 CDMA 상용화를 이끌어낸 '디지털 이동통신시스템 개발', 외부전문가를 활용해 안전 문제 등을 극복한 '인천국제공항 건설', 지속적인 정책조정과 홍보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한 '쓰레기 종량제 정책' 등은 성공사례로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