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국세청장은 지난 4월 연공과 서열중심의 인사시스템을 탈피, 성과와 역량중심의 경쟁문화 조성을 위해 서울과 중부국세청 등 6개 지방청장과 분야별 신뢰도를 평가하는 성과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어 6개 지방청장들 또한 산하 세무서장들과 비슷한 방법으로 성과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성과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계획 등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한 국세청장을 필두로 과장급 이상 관리자 전원(383명)은 올해 국민 신뢰도 지수를 최소 5%p 향상시킨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아울러 최소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성과계약서 불이행에 대한 책임(인사 및 보수 차등화)을 질 것을 결의했습니다.
한 국세청장도 신뢰도 향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출하며 "신뢰도 5%p이상 올리지 못할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국세청은 현재 11월 기준 성과평가 내용을 바탕으로 고위공무원단에 대한 성과 평가를 오는 12일까지 완료하고, 이어 4급 이상 관리자에 대한 성과평가 또한 이 달 말까지 완료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성적표'란 항상 두려움의 대상인 것이 사실입니다. 국세청 관리자들의 성적표나 다름 없는 성과평가가 진행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일선 세무서장들은 물론 국세청 관리자들은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의연하지만 속으로는 적잖이 안절부절하는 모습이라는 전언입니다.
내심 문제 없겠거니 하면서도 당초 체결한 성과계약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닌지 '불안'에 떠는 유형의 관리자와 열심히 해 왔으니 무슨 일이야 있겠느냐 등 스스로를 위안(?)하는 유형의 관리자 등 다양합니다.
특히 성과평가가 진행 중인 고공단을 제외한 전국 세무관서장들의 경우 성과평가는 체납정리실적과 조사실적, 사회공헌활동 등 17개 과제 아래 41개에 달하는 세부 지표들로 구성, 무척이나 까다롭게 설계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를 들면, 17개 과제 중 하나인 사회공헌활동의 경우에는 ▲봉사활동 실적 및 횟수 ▲세원투명성 ▲납세자 권리구제 ▲고충민원 처리실적 ▲VOC 처리건수 등이 지표로 제시돼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복잡·다양하게 제시된 성과평가 기준 때문에 대부분 세무관서장들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까하는 걱정이 태산이라는 전언입니다. 일부 성과평가에 대해 자신감을 표출하는 세무관서장들도 있지만 불안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 국세청장이 올해 초 수 차례 강조했던 것처럼 성과평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표는 현재 외부기관에 의뢰해 진행 중인 납세자 신뢰도 평가 결과인데 올해 국세청과 관련한 불미스런 사건 사고가 유독 많았다는 점에서 신뢰도 평가 결과를 쉽게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지요.
특히 최근 터져 나온 이주성 前 국세청장의 구속사건이 대표적인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게다가 오는 11일 전군표 前국세청장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선고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 결과 또한 국세청 신뢰도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복병'이라는 분석입니다.
국세청은 '국세행정을 접해본 납세자들의 신뢰도 지수가 더 중요하다' 는 입장이지만 자칫 이 같은 사건 사고가 신뢰도 지수의 잠재적인 훼방꾼 노릇을 할까 은근히 걱정을 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자칫 뜻하지 않은 복병들로 인해 신뢰도 지수가 목표치에 미달하거나 떨어질 경우, 섣부른 '약속'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할 뿐만 아니라 올바른 성과평가 자체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세무관서장은 "올해 초 성과계약을 체결하고 반드시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다짐했고 또한 그렇게 해 왔다"며 "한 해가 다 가는 마당에 전직 국세청장 사건으로 국세청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세무관서장은 "납세자 신뢰도 평가는 국민들이 하는 것이지만 전직 국세청장들의 문제로 직원들이 고생해 왔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며 "그래도 최대한 국민들이 현직에 있는 직원들은 그렇지 않다고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현재의 사정이 어떠하든 국세청 납세자 신뢰도 평가는 이미 활시위를 떠났습니다. 신뢰도 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자못 궁금해 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