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아껴야 한다. 정년보다 2년 앞당겨 국세청을 떠나는 (강제)명예퇴직제도를 사실상 운영하지 않겠다."
작년 11월말 취임한 한상률 국세청장이 국세청 등 몇몇 부처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강제명예퇴직제도'와 관련해 2만여 국세청 직원들에게 약속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한 국세청장 역시 국세청이 안고 있는 심각한 인사적체현상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강제명예퇴직 제도가 계속 유지됐더라면 올해 후배들을 위해 길을 비켜줘야 했던 50년생 간부 30명에게 지난주 모종의 결심(용퇴)을 촉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현재 국세청에 재직하고 있는 50년생 간부들은 무려 37명이나 됩니다. 그런데 이번 통보는 37명 모두에게 이뤄진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세청 본청과 서울지방국세청 그리고 중부지방국세청 등 3곳에 근무하는 7명은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김용재 국세청 본청 운영지원과장 ▲강정무 국세청 본청 심사1과장 ▲신동복 국세청 본청 심사2과장 ▲서현수 서울청 조사2국장 ▲박대규 서울청 법무1과장 ▲김명섭 중부청 납세자보호담당관 ▲이문영 중부청 법인납세과장 등 7명입니다.
물론 이번 방침과는 관계가 없이 "연말에 그만두겠다"며 일찌감치 사퇴의사를 밝힌 일부 간부들도 제외됐습니다.
이같은 사실이 입 소문을 타면서 국세청은 지금 매우 소란스러운 모습입니다. 통보를 받은 세무서장가운데 일부는 "왜 우리 만 대상이 됐느냐. 강제명예퇴직제도를 없애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미리 준비라도 하고 있었을 텐데…"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일부는 "강제명예퇴직제도를 없애고 성과-인사를 연계한다고 했지 않느냐"며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사비를 들여가며 직원들을 독려해 올 성과가 좋았는데, 결과가 이렇게 되고 보니 30년 넘게 몸을 담은 조직에 대해 오만 정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특히 이번 통보대상에는 부이사관 승진을 약속하는 의미에서 고위공무원 교육과정을 거친 세무서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직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통보자가 불만을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부에선 "나를 사막에 데려다 놔도 헤쳐나갈 자신이 있다. 내게 새로운 기회를 준 것 같아 오히려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누구는 예외로 하고 누구는 나가야 한다는 것은 좀 그렇지 않느냐"며 "일부 제외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통보를 받고 떠나야 하는 사람들조차 마치 문제가 있어서 나가는 모양새가 돼 안타깝다"고 말들을 합니다.
강제 명예퇴직제도를 없애겠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모습도 좋지 않다고 판단해 적절한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고 갑작스럽게 통보가 닥치니 안타깝다는 이야기들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국세청의 또 다른 일각에서는 "때가 되면 다 닥칠 일이고 그동안도 그래왔고, 또 후배들도 역시 겪을 일"이라며 "인사숨통이 트일 가망성이 오죽 없었으면 이처럼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겠느냐"는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이들 50년생 간부들이 이번 방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