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정치적 위기, 즉 반대파와 지식인 계층의 저항에 직면하면 대중을 끌어들여 권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이것이 ‘포퓰리즘(populism)’이다. 포퓰리즘의 대표적 사례로는 아르헨티나의 페론정부를 들 수 있다. 한때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페론정부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으며 현재까지도 포퓰리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포퓰리즘 논쟁이 가장 뜨거웠던 시기는 참여정부 시절이 아닌가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지지를 얻어 집권한 참여정부는 복지예산의 대폭증액, 수도권규제, 부자에 대한 증세(增稅), 지방 균형발전, 유연한 노동정책 등 지방과 서민, 노동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많이 폈다. 나름대로 긍정적인 면도 있었으나 참여정부 내내 부자와 가난한 자, 진보와 보수 등 계층간에 갈등이 심했던 게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포퓰리즘 정치’는 진행 중에 있다. 공격과 수비가 바뀌었을 뿐, 논쟁의 대상은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소외계층의 저항은 더욱 강경해 졌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산 쇠고기수입반대 촛불시위다. 앞으로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안정되려면 ‘국민통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도 여야는 포퓰리즘 정치로 국민 편가르기 중심에 서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국회에선 내년 예산안과 관련법 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가 있다. 이와 관련해 집권여당은 ‘부자당’으로 비춰질까봐 여론의 눈치 살피기에 바쁘고, 야권은 지지기반인 중산서민층의 복지예산 챙기기에 몰두하는 듯하다.
여야가 예산안과 관련법 처리를 포퓰리즘으로 접근한다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는 예산안이 나오기 어렵다. ‘제한된 예산을 어느 곳에 쓰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인 가’에 초점을 두고 예산안을 심의하고 관련법을 개정해 주기 바란다.
또 수도권규제완화를 둘러싸고도 포퓰리즘 시각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수도권과 지방간의 힘겨루기로 번진 상태다.
수도권규제완화를 포퓰리즘으로 접근한다면 나라경제와 국민통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도권규제완화를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과제로 접근한다면 좋은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그리고 감세논쟁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여당이 경제를 살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감세를 활용하려는 정책을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부자를 위한 포퓰리즘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여야가 당리당략을 버리고 ‘누구에게 얼마의 감세를 하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감세법안을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지금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경제위기시대다. 전대미문의 처방이 나와야 할 때다. 그런데 국회와 정부의 대응을 보면 아직도 경제위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듯해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국회가 예산안과 관련법처리에 늑장을 부리고 정부의 경제위기대책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중산서민층과 중소기업이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이제 여야는 지지층만을 위한 포퓰리즘을 버리고 성숙한 대화로 산적한 국정현안을 조속히 풀어나가야 한다. 이것이 국민을 통합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모두가 ‘상생(相生)’하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