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늦게 체포 또는 '일단 귀가' 여부 결정
세종증권 매각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10일 오전 8시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을 상대로 국세청이 고발한 `세종증권ㆍ휴켐스 주식 차명거래 및 홍콩법인 배당이익에 따른 20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와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휴켐스 헐값인수' 등 3대 주요 혐의를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당초 이번 주 후반께 박 회장을 부를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수사 진행 속도가 빨라져 이날 검찰에 출석하라고 9일 전격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변호사와 함께 출석해 대검 1123호 조사실에서 박정식 중수2과장과 박찬호, 유성렬, 신응석 검사로부터 신문을 받고 있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오늘 조사 상황에 따라 오후 늦게 체포를 할지, 일단 귀가시킬지 결정할 방침"이라며 "정대근 전 농협 회장이나 노건평씨 등과 대질신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회장의 혐의를 구체화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박 회장은 지난달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세종증권 주식 거래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은 아니다. 차명거래로 얻은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은 맞기 때문에 그 부분은 책임지겠다"라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검찰에 나가 모든 것을 다 얘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5년 6∼12월 정대근 당시 농협회장으로부터 세종증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내부정보를 얻어 세종증권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2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또 농협의 알짜 자회사인 휴켐스를 매입하면서 입찰가보다 322억원 싼 가격에 인수한 바 있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20억원을 건넸다가 되돌려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이 인수 청탁 명목인지 확인 중이다.
검찰은 박 회장이 농협의 또 다른 자회사인 남해화학 인수를 추진했다가 무산되는 과정에서도 정 전 회장과 유착관계가 있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아울러 홍콩에 현지 법인을 세운 뒤 800억원대의 배당수익을 챙기고도 거액의 소득세를 탈루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조세포탈이나 외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이 가능한지 법리 검토를 벌여 왔다.
검찰은 박 회장이 자신의 소유인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사의 주식 10억원어치를 노건평씨가 사들이는 과정에서 내부정보를 줬는지, 태광실업 계열사인 정산개발로부터 아파트 건설부지를 넘겨받아 300억원대의 차익을 남긴 시행사 2곳이 위장회사인지도 캐물었다.
검찰은 이밖에 박 회장이 세종증권을 매매한 시기에 일정 규모 이상 같은 주식을 매입ㆍ매도한 내역을 토대로 시세차익을 남긴 인물들을 추려내 이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는지와 차명거래를 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