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 없는 조건부 인·허가 성행
중앙부처는 "규제완화", 지자체는 "적용 안 돼"
고양시는 2007년 2월 식사지구 도시개발사업 등 9개 사업지구의 개발사업자에게 각종 개발사업을 인·허가하면서 관련이 없는 단가 13억원 상당의 '시정 홍보용 전광판'을 기부채납 받았다가, 올해 2월 감사원 지적으로 철회했다.
또 울주군은 건축허가가 신청된 장례식장 등의 의료시설에 대해 주민 반대를 이유로 1년여간 허가를 내주지 않았으며, 포천시는 도시지역에 적용해야 하는 규정을 농림지역 태양광발전소에 잘못 적용해 전기사업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감사원은 경기도 등 4개 광역자치단체와 고양시 등 12개 시·군에서 처리한 인·허가 관련 민원사무를 대상으로 '인·허가 등 민원처리 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감사원의 감사결과 정당한 인·허가 신청인데도 법을 잘못 적용하거나 민원 발생 우려를 이유로 불허·반려한 사례들이 적발됐으며, 감사원은 법적 근거없이 조건·부담을 부과하는 사례를 적발해 시정조치했다.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인·허가 신청자에게 과도한 부담이나 조건을 제시하는 행정사례가 발생한 것.
진주시는 작년 7월 모회사가 남해안고속도로 확장공사에 따라 차로에 매설된 광케이블을 26호선 시도변에 한시적으로 이설하기 위한 도로점용 허가를 신청하자, 도로변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공사비와 공사기간이 많이 소요되는 지중화공법(지중화 5억7300만원, 지상화 4300만원/ 지중화 78일, 지상화 18일)으로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해당 공사를 진주시의 요구대로 할 경우 광케이블 공사가 늦어져 2012년으로 예정된 고속도로 확장공사의 준공에 차질이 예상돼 발만 동동 굴렸고, 이런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로 적발되자, 진주시는 작년 12월 지상화공법으로 도로 점용을 허가했다.
국토해양부 등 중앙부처에서는 관련 법령이 개정돼 규제가 완화됐음에도 지자체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아 인·허가가 이뤄지지 않는 일도 일어났다.
국토부는 소규모 공장 설립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작년 1월 계획관리지역내 소규모 공장(1만m²미만) 설립을 원칙적으로 허용했으나, 나주시 등 28개 시·군은 소규모 공장 설립을 금지하는 기존 조례를 계속 적용해 인·허가를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관계기관장에게 적법한 인·허가 신청을 거부하거나 법적 근거 없이 과도한 조건이나 부담을 부과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촉구했다"며 "하반기에는 행정기관의 무사안일 및 소극적 업무처리실태에 대한 대규모 특별감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