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진 의원, "솜방망이 처벌이 농협의 지속적 부정·비리 조장"
농협중앙회에서 최근 3년간 35명의 직원들이 약 137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형사고발 조치된 직원은 8명에 불과하고, 9억6900만원의 판매대금을 횡령한 직원도 가벼운 내부징계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강원 원주)은 5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와 관련해 배포한 자료를 통해 "농협중앙회의 최근 2년간 징계 현황 및 내용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직원 35명이 약 137억 원의 공금을 횡령했지만, 형사고발된 직원은 8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농협중앙회는) 고발여부가 죄의 경중을 떠나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대부분 정직, 감봉, 견책 등 가벼운 내부징계에 의한 솜방망이 처벌이 농협의 지속적인 부정비리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4급 직원 하나는 지난 2007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6개월 동안 상품권 판매대금과 포인트 대금 그리고 사고공제금 등을 총28차례에 걸쳐 2억7100만원이나 횡령했지만 형사고발 없이 해임으로 징계가 마무리됐다.
이 의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직원들의 공금 횡령 수법은 친인척이나 고객명의로 허위 서류를 작성해 돈을 빼돌리거나 고객 정보를 이용해 계좌를 만들어 횡령하는 등 다양했으며, 건당 횡령 액수가 가장 많은 경우는 31억1400만원에 달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농협중앙회는 횡령 금액을 즉시 갚아 농협에 손실을 끼치지 않았거나 평소 조직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고발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며 "죄질의 파렴치함, 상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벌백계의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특히 "농협중앙회는 지난 8월까지도 자체 내규를 통해 '고발을 원칙으로 하되 인사위원회에서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라고만 규정, 유리한 때는 공공성을 등에 업으면서도 불리한 경우에는 공공성을 회피하는 전형적인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농협중앙회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지난달인 9월 7일에 부랴부랴 '200만원 이상인 경우 반드시 고발 조치한다'라고 해당 규정을 고쳤다"며 "공직유관단체에 걸맞는 일벌백계의 관행을 만들어, 국민과 일선 조합에 모범을 보이는 노력을 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