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 보복 임박에 전방위 외교 총력전...'앙숙 사우디와 접촉'

확전 막으려 미국에 영향력 있는 사우디와 접촉

걸프협력기구(GCC) 회원국과 다각적 논의 진행

미국이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이란이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CNN 방송이 소식통을 인용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의 잇따른 표적 공습으로 이란의 무장동맹인 '저항의 축' 수뇌부가 사실상 궤멸 상태에 놓이자 대리세력을 통해 중동에서 권력을 행사해 온 이란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을 대규모로 폭격한 뒤 보복 공격에 대비해온 이란은 수도 테헤란 보호를 위해 전방위 외교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최근 걸프협력기구(GCC) 회원국과 비공식 회의를 가졌다. GCC 외무장관들은 지난 3일 카타르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위해 자국 영공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은 중동지역의 에너지 인프라에 치명적인 결과를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또 걸프 국가 관리들은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시설 공격을 막기 위해 미국이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고 워싱턴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란 역시 미국에 영향력이 있는 사우디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오랜 기간 앙숙 관계를 이어온 사이다. 지난 한 달 사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자들은 최소 3번 접촉했고 압박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중동 순방길에 올라 지난 9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위협을 유일하게 막아줄 미국도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한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을 경우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을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이란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난 1년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이스라엘 정부가 더 이상 확전에 나서지 않도록 설득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미국의 거듭된 만류에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이어 최근 레바논을 융단폭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아직 이란에 대한 공격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지 않았으며, 이란 핵 시설을 타격할지에 대해서도 어떤 보장도 하지 않은 상태라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