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금통위, 기준금리 연 3.00%로 ‘동결’
전문가 "인하 시 한미간 금리격차가 더 벌어져…추가적 강달러 만들 소지 다분"
"금통위, 내수 부진보다 물가 상승 압력 우려한 듯"
"동결, 인하 무엇을 선택해도 비판받는 상황…물가안정 무게 둔 결정”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 결정했다. 내수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경기 부양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강달러 기조 장기화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을 우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16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심각한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우려에도 국내 정치 불확실성, 미국의 정책여건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넉 달 연속 1%대를 기록했다. 생활물가는 2%대 초반 수준으로 오름폭이 확대됐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1.8%로 안정된 흐름을 지속했다. 한국의 11월 경상수지는 93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7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전월(97억8000만달러 흑자) 대비로 흑자폭은 축소됐지만 전년동월(38억9000만달러 흑자) 대비로는 흑자폭이 확대됐다.
다만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2.1% 하락하며 21년 만에 최대 감소했다. 증감률 누적치는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내수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다.
11월 은행 가계대출은 1조9000억원 늘었지만 전월(+3조8000억원)에 비해 증가세가 크게 축소됐다. 주택담보대출은 수도권 주택거래 둔화,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지속 등으로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3조6000억원→+1조5000억원). 은행 기업대출 역시 증가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됐다(+8조1000억원→+2조2000억원).
대외적으로는 미국 12월 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발표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전망을 약화시키면서 미 국채금리 상승과 더불어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의 금리인하가 한 차례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 25bp(1bp=0.01%포인트) 인하를 단행했으나 만장일치가 아니었고 경제전망을 비교적 큰 폭으로 수정하면서 내년 정책금리 전망을 예상(3회 인하)보다 제약적으로 변경(2회 인하)한 점 등을 시장에서는 매파적(hawkish)으로 평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그간 총 100bp 인하로 정책금리가 중립 수준에 더 가까워지고 불확실성도 커졌으므로 지금부터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전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신중하게 정책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금통위의 동결 결정은 무엇보다 최근 강달러 기조의 장기화가 수입물가를 자극해 물가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를 기록하며 넉 달 연속 1%대를 유지했으나 12월 수입물가는 국제유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전월대비 2.4% 오르며 석 달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전월 평균대비해 오른 상태이고 국제유가도 다소 오른 모습이어서 1월에도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의 고환율 등으로 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으나 이후로는 유가·농산물가격의 기저효과, 낮은 수요압력 등에 영향받아 당분간 2%를 밑도는 수준에서 안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이 원화 기준 수입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수입물가는 수입소비재 가격 이외에도 국내 생산에 사용되는 수입재 조달 비용을 높여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만 기업의 경영여건이나 가격 정책 등에 따라 소비자가격에 전가되는 시기나 폭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금통위의 결정은 수출 증가세가 조금 낮아지겠지만 견조한 경상수지 개선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며 내수도 완만하지만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11월 경상수지는 93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7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지속했다. 전월(97억8000만달러 흑자) 대비 흑자폭은 축소됐으나 전년동월(38억9000만달러 흑자) 대비로는 흑자폭이 확대됐다.
한은은 지난 8일 '2024년 11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지난해 1월에서 11월 누적 경상수지는 835억4000만달러로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를 기록하여 양호한 흑자 흐름을 지속했다"라며 "12월에도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상당폭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대미 수출은 미국의 견조한 소비, 투자시장 확대에 힘입어서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러한 흐름에 있어서 큰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며 "대중 무역의 경우 최근에 중국의 자체 제품 자체 조달 증가, IT부진 등이 우려될 수 있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중 수출이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가계부채 증가세, 부동산 가격 상승세 모두 안정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이 지난달 11일 발표한 '2024년 11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의하면 11월중 은행 가계대출은 1조9000억원 늘며 전월(+3조8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축소되며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수도권 주택거래 둔화,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지속 등으로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고 은행 기업대출도 증가규모가 큰 폭으로 둔화됐다. 한은은 "비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달보다 주택 관련 대출 중심으로 조금 확대되었지만 금융권 전체로 보면 여전히 둔화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라며 "거시건전성 정책이 의도된 효과를 내고 있고 은행들도 가계대출 관리를 지속하고 있다. 전반적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강조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은 "내수 부진이 너무나 심각하지만 강달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어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경우 한미간 금리격차가 더 벌어져서 추가적인 강달러를 만들 소지가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달러와 내수부진 둘 중 지금은 강달러 현상이 더 위중하다고 금통위원들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강달러가 장기화되면 결국 수입물가 부담으로 연결되고 그러면 물가상승 압력으로 또 작용되니까 금리를 인하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김광석 실장은 "이번 금통위는 그 어느 때보다 금리결정이 어려웠던 회의였을 것"이라며 "내수부진도 정말 극도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강달러 장기화, 그것에 따른 수입물가 부담 가중 등 문제를 더 중요하게 고려해서 금리를 동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금리동결, 금리인하 등 두 가지 안 좋은 선택 중 그나마 덜 안 좋은 선택을 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수경기 침체보다 강달러 현상으로 인한 물가 불안을 우선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