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삼성전자 2025년 OPI 지급율 발표...임원급 성과급 지급 방침 포함
포럼...주주, 임직원 사이 얼라인먼트 부재 해결 위한 의미있는 보상정책 전환
"사외이사 배제하고 극비리에 진행한 것이라면?...심각한 문제" 지적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모습［회사 홈페이지 캡처］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회장 이남우·이하 포럼)은 삼성전자가 임원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한다는 방침 발표에 "아직 주식보상 규모는 작지만 선진국형 보상체제로 가는 첫 걸음마를 뗐다"고 긍정 평가했다.
포럼은 20일 논평을 통해 "뒤늦었지만 삼성전자도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같이 개인이 노력하고 회사가 발전하면 장기 주가상승을 통해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주식문화(Equity culture)'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전년도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2025년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을 발표하면서, 임원에게 일부 금액을 주식(자사주)로 지급한다고 통보했다. OPI는 매년 연초에 지급되며, 다양한 성과급 중 금액이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다. 초과이익 20% 한도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며 올해는 사업부문별로 연봉의 9~44% 수준에서 결정됐다.
직급별로 성과급의 50% 이상, 부사장은 70% 이상, 사장은 80% 이상, 그리고 대표이사 포함 등기임원은 100%의 자사주를 받게 된다. 부사장 이하는 지급일로부터 1년간, 사장단은 2년간 각각 지급받은 주식을 매도할 수 없도록 하는 '매도금지 제한' 규정도 있다.
2026년부터는 일반 직원에게도 본인이 원하면 주식보상을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지적되었던 주주, 이사회, 임직원 사이 얼라인먼트 부재를 해결하기 위한 의미있는 첫 단추라고 포럼은 평가했다.
포럼은 지난해 10월 15일 '삼성전자 미래를 위한 3가지 제안' 논평에서 '글로벌 관점에서 보상체계 개편'을 요구하면서 삼성전자 핵심인력은 글로벌 수요가 많으므로 실리콘밸리에서 보편화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같은 주식보상제도를 즉시 도입해 인재 이탈을 막으라고 당시 이사회 및 경영진에 주문한 바 있다.
포럼은 "이번 발표는 중역들도 놀랐다고 하니 극비리에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임원보상은 이사회 주요 업무 중 하나인데 이 과정에서 6명의 사외이사들이 배제되었다면 거버넌스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포럼은 이어 "주식보상제도 취지는 좋으나 아쉬운 점은 핵심 기술인력 입장에서는 장기 인센티브라고하기엔 주식부여 절대금액이 적고 조건도 붙어있다"며 "실제 주권 지급은 1년 후에 이뤄지는데 주가가 그 사이 떨어지면 애초 약속한 주식 지급량보다 감소한다는 내용도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긍정적 관점에서 사기를 진작하고 우수 직원의 이탈을 막으려는 실리콘밸리 주식보상정책과 많이 다르다"며 "실리콘밸리는 산업 다운사이클에서 인센티브 총액은 축소될 수 있지만 주가 하락으로 오히려 부여받는 주식 수는 증가하는데, 이는 우수인력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포럼은 일본의 대표적 IT기업인 히타치 사례를 들면서 "도시아키 히가시하라 CEO는 120억원에 달하는 회사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구조조정에 성공한 히타치는 지난 5년간 주가가 307% 상승해 주주 뿐 아니라 임직원들이 함께 윈-윈(Win-Win)하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4년 반기보고서에 의하면 삼성전자 4명의 사내이사는 평균 8억8천만의 회사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인베스트조선에 따르면 삼성전자 소속이자, 그룹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임원 18명 중 13명(부회장 정현호 사업지원TF장 포함)은 회사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향후 삼성전자의 임원 및 핵심간부 장기인센티브는 대부분 주식보상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실리콘밸리 간판기업에 근무하는 경력 10년 차 소프트엔지니어는 대략 10억의 보상을 받는데 60~70%가 장기인센티브인 RSU다. 2
포럼은 이에 대해 "향후 삼성전자의 임원 및 핵심간부 장기 인센티브는 대부분 주식보상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실리콘밸리 간판기업에 근무하는 경력 10년 차 소프트엔지니어는 대략 10억원의 보상을 받는데 60~70%가 장기인센티브인 RSU"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2년 이후 메타 주식은 대략 3배, 알파벳 2배, 엔비디아 5배 상승했으니, 이들 기업으로 이직이 가능한 삼성전자 핵심인력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매우 클 것"이라면서 "실리콘밸리 보상정책은 한마디로 '모두 신바람 나게 열심히 일해서 기업가치 올리라'는 메시지로 요약된다"고 부연했다.
언제나 실리콘밸리로 이직이 가능한 삼성전자 S급, A급 기술인력 입장에서는 절대 보상금액 뿐 아니라 주식보상 규모도 너무 적다는 지적인 셈이다. 포럼은 "금년 평균 3억원 규모 주식보상을 임원에게 지급하면, 총 2~4천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보다 직원 수가 훨씬 적은 메타는 2022년 17조원 규모의 회사주식을 임직원에게 보상으로 나눠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오로지 기술에 전념하고 엔지니어, 과학자, 디자이너 등 기술인력을 우대해야 현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며 "입사 시 부터 기술인력은 급여 및 승진 기회에서 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진 IT기업은 엔지니어와 비즈니스 인력(관리·영업·마케팅 등)의 초봉과 승진 속도가 확연히 차이난다"면서 "동시에 사업지원T/F, 경영지원, 법무, 커뮤니케이션, Corporate Relations 같은 관리 조직은 대폭 축소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