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당대회 과정에서 ‘금투세 유예론’
민주당. 금투세 토론회도.. 일각서는 ‘폐기론’
민주, 4일 의원총회… 금투세 당론 정할 듯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에서 시행팀과 유예팀으로 나뉜 토론자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민주당 일각에서는 차기 집권을 전제한 '금투세 폐기론'까지 공개적으로 제기된 가운데, 민주당이 4일 의원총회에서 어떤 결론을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명, 전당대회 중 '금투세 유예' 언급
민주당 내부에서 금투세 시행 논란이 본격적으로 화두에 떠오른 건 지난 8월 전당대회 과정에서부터다.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던 이재명 후보(현 당대표)는 공개 방송토론회에서 '금투세 유예 논의'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8월 13일 MBC가 주관한 민주당 당대표 후보 토론회 과정에서 금투세 도입 논란과 관련해 "현재 주식시장이 너무 나쁜데 그 원인이 주로 정부 정책의 부실"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잠시 유예하거나 일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겠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대표는 당시 금투세 폐지론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 금투세는 거래세를 줄이며 도입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대체입법"이라며 "이것까지 폐지해버리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후 이 대표가 8·18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연임에 성공하자, '금투세 시행론'을 적극 피력해오면서 이 대표와 이견을 보여온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유임된 데 주목을 받았다.
진 의장은 이 대표가 '금투세 유예론'을 밝혔음에도 줄곧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 낸 인사다.
'이재명 2기' 출범 이후… 금투세 '갑론을박'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2기 체제'를 본격적으로 출범한 이후 금투세 관련 당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언주 최고위원과 이소영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금투세 유예'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당론을 모으기 위해 '시행팀'과 '유예팀'으로 나누어진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금투세 시행팀 3인(김영환·김성환·이강일 의원)과 금투세 유예팀(김현정·이소영·이연희 의원) 등이 토론 주자로 참석했다.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에서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토론 방청을 막는 것에 대해 항의하며 금투세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현정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유예팀 팀장으로 참석해 2020년 여·야가 금투세 도입을 합의했지만 그 이후 4년간 미국·유럽·일본 등의 증권시장이 우상향하는 데 비해, 한국 증권시장은 박스권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금투세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보다 먼저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부양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날 토론회에서 시행팀 팀장으로 참석한 김영환 의원은 금투세 도입이 합리적인 조세 체계를 만들기 위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금투세는)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가 목적이고 조세 리뉴얼이지, 새로운 증세 목적의 세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투세는) 투자활동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일관된 세율을 적용해 조세 중립성을 확보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다가서는 세제"라고 부연했다.
금투세 토론회 이후 '폐기론' 나와… 오늘 결론?
금투세 정책 토론회 이후에도 민주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시행론과 유예론 목소리가 혼재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당 내부에서는 차기 집권을 전제한 '금투세 폐기론'을 주장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금투세 논란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가 개인 의견이 있지만 이거에 대해 국민 목소리 들어보자는 입장으로 안다"며 "우리가 국민 목소리 들어보고 당 의견을 모아보자는 그런 입장"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저는 처음에 유예 입장이었는데 이 상황을 보니 오히려 유예가 시장 불안정성을 더 심화시키는 게 아닌가"라며 "민주당이 집권해서 주식시장 살려놓은 다음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정 의원은 '아예 금투세 폐기를 말하는 거냐'는 질의에 "그러는 게 낫지 않겠냐는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금투세 시행·유예를 두고 갈팡질팡했던 민주당 내부에서 차기 집권을 전제한 '금투세 폐기론'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 '금투세 시행론자'인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토론회 이후에도 금투세 시행 입장을 견지했다. 진 의장은 지난달 25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금투세 시행이 대다수 '개미' 투자자들에게 과세상 혜택이 돌아가는 법이라며,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입장을 정리에 나선다. 시행과 유예, 폐지 등 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한 뒤 당론을 최종 결정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이날 의원총회에서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는 대신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주식시장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단서를 달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