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문가 등 로컬라이저와 콘크리트 둔덕 돌출 잇단 지적
국토부 "사고 관련성,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종합 조사"
"여수·청주 등 국내외 공항에도 유사시설"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여파로 파손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31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로컬라이저·둔덕과 이번 사고의 관련성을 종합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무안국제공항과 국토부에 의하면 여객기 착륙을 돕는 역할을 하는 안테나인 로컬라이저와 콘크리트 둔덕은 활주로 끝에서 250m가량 떨어진 비활주로에 설치됐다. 이중 콘크리트 둔덕은 2m 높이로 흙더미로 덮여 있었다. 로컬라이저까지 포함하면 모든 구조물의 높이는 4m가량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는 19활주로로 착륙을 하는 과정에서 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하고 동체착륙 후 미끄러지다가 로컬라이저·둔덕과 외벽을 잇따라 충돌한 뒤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
사고영상을 분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로컬라이저·둔덕이 지상으로 2ｍ가량 돌출된 것이 여객기와의 충돌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금속 형태가 아닌 콘크리트의 돌출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드물어 사고기 파손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항공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영국 스카이뉴스에서 "활주로와 불과 200m 거리에 저런 둔덕이 있다는 건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며 "원래라면 그런 단단한 구조물이 있으면 안 되는 위치였다"고 말했다.
항공대학교 비행교육원의 김인규 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사실 여기(활주로) 끝에 있는 둔덕을 어느 공항에서 사실 본 적이 없다"며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거기에다가 설치해놨다. 수평 방향의 안내를 돕는 안테나로, 보통은 평지에 있다"며 "왜 이런 거를 설치해 놨을까 고민이 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무안공항 측과 국토부는 아래로 기울어진 비(非)활주로 지면과 활주로와의 수평을 맞추기 위해 콘크리트 둔덕을 세워 돌출된 행태로 보이는 것이라며, 사고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사고 직후 연이은 브리핑에서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있다"며 "제주공항은 콘크리트와 H빔을, 포항공항은 성토와 콘크리트를 썼다"고 반박했다. 또 "해외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공항과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 남아공 킴벌리 공항 등이 콘크리트를 쓴 사례가 있다"고 콘크리트 둔덕의 피해 확대 주장에 반박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로컬라이저와 둔덕은 2005년 무안공항이 지어질 당시 국토부 산하 기관인 서울지방항공청에서 설계를 맡았다.
공항 안전 운영 기준과 공항시설법에 따른 국토부 예규 항공 장애물 관리 세부 지침 제23조 제3항은 '공항 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로 장착해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콘크리트 등 단단한 시설물은 항공기 충돌시 큰 사고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설치를 지양해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한 것이다.
또 공항 안전 운영기준 제41조 '포장구역의 관리' 1항에는 공항 운영자가 공항 포장지역(활주로)과 비포장지역(비활주로) 사이 7.5㎝ 이상의 단차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다만 국토부는 "이 지침은 착륙대나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등의 내에 위치하는 시설물에만 적용된다"며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처럼 종단안전구역 외에 설치되는 장비나 장애물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으며 관련 국제 규정의 내용도 같다"고 설명했다.
또 '항행안전무선시설의 설치 및 기술기준'(국토교통부 고시)에는 로컬라이저의 주파수, 신호세기 등만 규정돼 있고, 안테나 지지 구조물의 높이나 재질 등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으며, 관련 국제 규정에도 지지 구조물에 대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모든 공항시설 설계와 건설은 국토부가 총괄하는 만큼 콘크리트 둔덕의 피해 야기 사실이 확인될 경우 국토부의 책임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근영 한국교통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 31일 SBS라디오에서 "활주로에서부터 약 300m의 연장선상에서 설치되는 것이 보통인데, 일단 설치가 될 때는 활주로 표면하고 같은 높이에 설치가 되고, 그다음에 공항에 설치되는 모든 물체들은 항공기가 접촉하게 되면 항공기가 손상되는 것보다는 그 물체가 부러져나가도록 설계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견고하게 설치를 하다 보니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설치가 된 것인데, 불행하게도 활주로 표면하고 방위각지시기 사이까지의 지면이 활주로 표면보다 낮게 된 상태다. 결과적으로는 돌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했다고 해도 활주로 표면과 그 구조물 사이의 지면을 메워놨으면 항공기가 부딪치지 않고 히로시마 사고와 같이 치고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그 메워지지 않은 부분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