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수첩에 '문재인·이재명·이준석 A급 체포' '3선 장기집권 구상'까지

12.3 비상계엄 사전 모의 과정에 개입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수거 대상'이라고 하여 알파벳 A부터 D까지 분류된 이름이 적혀 있고, 이재명·조국·문재인·유시민·임종석·이준석 등 정치인들이 A급으로 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첩에는 'A급 수거 대상 처리 방안'도 적혔는데, '수거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사살계획과 비상계엄 장기화를 위한 날짜별 실행계획도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MBC는 13일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엔 '수거 대상'을 A부터 D까지 알파벳 등급으로 분류했는데 등급 'A'로 표기된 수거 대상자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A급 체포 대상에 유시민 작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여당 대표를 지낸 이준석 의원도 포함됐다"고 했다.

수첩에는 'A급 수거 대상 처리 방안'이 담겨 있었는데 체포한 이들을 보낼 장소로 연평도와 제주도를 지목하고, '이송 중 사고', '가스·폭파·침몰·격침'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첩 뒤쪽엔 좀 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담겼는데, 장소를 GOP 최전방 부대와 비무장지대·바닷 속·연평도 등 무인도·민통선 이북으로 구분하고, '실미도 등 무인도와 GOP, 민통선 이북에 수용한 뒤 자체 사고 처리'한다거나, 'GOP 상에서 수용시설에 화재·폭파' '외부 침투 후 일처리 사살, 수류탄 등'이라고 적은 걸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내국인 사용시는 수사를 피하기 어렵다', '전문 프로가 필요하다'고 적었는데, 이는 '사살' 후 '증거 인멸'까지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노 전 사령관은 수거 후 처리 방안의 하나로 북한을 활용하는 안까지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첩에 '북 직진', '북에서 조치한다'라고 적었는데, 특히 북한과의 접촉 방법으로 '비공식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이고 접촉 시 보안대책은' 등 어떻게 할지 논의한 듯한 문구도 발견됐다.

아울러 비상계엄 사태를 장기화를 노리고 '전 국민 출국 금지 조치' 등 날짜별 실행계획까지 발견됐다.

노 전 사령관은 수첩 첫 장에 '시기'를 '총선 전'과 '총선 후'로 구분하고, '실행 후 싹을 제거해 근원을 없앤다'거나 '지속적으로 싹을 잘라 버리는 방법을 쓴다'고 했다.

이에 더해 경찰과 국군 방첩대 헌병을 활용해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뒤 신속한 재판으로 구속하고 '차기 대선에 대비해 모든 좌파 세력을 붕괴시킨다'고 적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미 지난해 총선 이전부터 야당과 진보 진영 척결을 노리고 비상계엄을 준비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도 헌법재판소에 나와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통령 안가에서 '비상조치' 관련 얘기를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뒤이어 'D-1 계엄 선포 하루 전 미국의 협조를 구하고, D-day엔 VIP(윤석열 대통령)의 담화 장소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는데, '전 국민 출금조치' 등의 표현도 발견됐다.

구체적인 계획으로 10일 차까지는 체포대상자를 수거해 수집소로 이송하고, 이후 50일 차까지 서울 외 지역에 있는 수집대상자에 대한 수거 작전을 한다고 적었다.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이 군 수뇌부에게 지침을 내리는 정황도 포착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 추정되는 '여'라는 글자 옆엔 행사 즉 투입 인원을 지정하고 수거 명부를 작성하라고 했고, 계엄사령관이 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겐 수집 장소와 전투 조직을 지원하라고 썼다.

비상계엄의 궁극적인 목표가 윤 대통령의 장기집권에 있음을 암시하는 문구도 확인됐다. 대통령이 3선까지 집권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하고, 국회의원 수는 절반으로 줄이는 선거제도 개선 방안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 속 내용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노 전 사령관 측은 작성 경위와 내용을 묻는 질의에 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