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가 모든 국가 요구 정당화하는 것 아냐"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탈리아 정부가 2022년 민생 고통 분담 차원에서 에너지 기업에 부과한 횡재세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왔다.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27일(현지시간) 2022년 주요 에너지 기업에 부과된 횡재세 일부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헌법재판소는 판결문에서 "당시 상황의 예외성과 부과금의 일시적 성격이 어떤 형태의 과세 도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로 간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 시절인 2022년 이탈리아 정부는 이익이 과도하게 증가한 에너지 기업에 25%의 횡재세를 부과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유가 폭등 덕분에 에너지 기업의 이익이 폭증한 것을 경영 외적인 '횡재'로 본 것이다.
드라기 정부는 횡재세로 28억유로(약 4조1천559억원)를 징수해 높아진 에너지 비용으로 피해를 본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비상사태가 모든 국가의 요구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에너지 기업이 소비세를 냈는데, 횡재세까지 부과한 것은 이중과세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당시 횡재세를 납부했던 에너지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환급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탈리아 정부의 취약한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재무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부과금을 납부하지 않은 기업으로부터 징수한 금액으로 환급금을 상쇄할 수 있다"며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7.4%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헌법재판소는 2022년 10월 집권한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지난해 징수한 에너지 횡재세에 대해서도 위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해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35억유로(약 5조1천949억원)를 거둬 가계와 기업 지원 예산으로 활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