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4일(현지시간)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동하며 양국의 밀착 행보를 보여줬다. <사진 로이터>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는 최선희 외무상이 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깜짝 회동하며 양국의 밀착 기조를 보여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새로운 정권 생존 전략으로서 러시아와의 군사적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나 이같은 그의 친러 행보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파견한 약 1만명의 병력 중 8천명이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기 위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발표했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미 1만1천명의 북한군이 쿠르스크에 배치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최 외무성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인사를 전하며 "동지로서 진심 어리고 따뜻한 인사를 전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양측이 1분가량 손을 맞잡은 채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은 예정에 없던 것으로 지난주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최 외무상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외무상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부터 일주일 가량 러시아에 머물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양국이 무적의 군사적 동지애"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양 측의 관계 강화를 두고 "북한의 새로운 정권 생존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한때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고 긴장 완화를 위한 핵 협상, 평화 회담 등을 시도했으나 최근 전략을 바꿔 러시아와 군사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의 백우열 정치외교학 교수는 "김정은이 추구하는 것은 북한 2.0"이라며 "그는 정권 생존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WSJ은 동시에 "이 같은 김정은의 도박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북한 군인들이 전장에서 패배하거나 탈북할 경우, 양 수장의 관계나 북한 내부 문제가 촉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시 러시아의 대북 지원도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한은 여러 이유로 기존의 전략을 고수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기존의 전략이 결실을 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이 중국, 러시아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무기화에 대항하여 힘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WSJ은 이 같은 파트너십이 북한 정권의 핵 위협에 대해서도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미국 국무부에서 몸담았던 에반스 리비어는 "김정은은 자신의 전략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적대적인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필요한 도구, 기술, 지원을 얻기 위한 위험에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뤼셀 거버넌스 아카데미의 라몬 파체코파라도 한국 석좌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관해 "러시아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힘입어 김정은은 이러한 방식으로 행동할 용기를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두 시간에 걸친 정상회담을 가진 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후 공동 언론 발표에서 "협정은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협정은 또한 양국의 군사 분야 협력을 포함, 군사 기술 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