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젤렌스키 설전에 美공화당 당혹"
美공화 의원들 "젤렌스키, 정당하고 용감한 지도자"
"트럼프 '선거없는 독재자' 발언, 러 주장 강화해"
◆…지난해 6월 미 의회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만남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 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의 침공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내자 미 공화당 의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의원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이 러시아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 간의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것을 두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비난을 퍼붓자 이에 "전쟁을 시작한 사람은 젤렌스키"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기에 맞서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허위 정보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그를 "선거 없는 독재자"라고 부르며 반격했다.
미 정치매체 더힐은 이날 "양 정상의 설전이 공화당원들에게 난처한 상황을 만들어냈다"며 "일부 의원들은 이러한 발언이 러시아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의회는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우크라이나에 약 1,75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승인했으며 상원 공화당은 이를 지지하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공화·노스캐롤라이나)은 이날 젤렌스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을 반박하며 "젤렌스키와 푸틴 사이에 도덕적 등가성을 허용하는 어떤 것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젤렌스키는 현재 시점에서 적합한 국가의 지도자였고 러시아 점령자에 맞서 나라를 하나로 묶었다"며 "우리는 그러한 노력을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잔 콜린스(공화·메인) 상원의원 또한 젤렌스키를 "자국을 용감하게 이끈 지도자"라고 칭하며, "우리는 이 전쟁을 일으킨 사람은 푸틴 대통령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논리 중 하나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선출된 우크라이나 지도자가 불법적이라는 주장과, 러시아가 그의 자리를 친러 성향의 국가 지도자로 대체하려는 오랜 희망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이 4%라고 주장했으나 키이우 국제 사회학연구소(KIIS)가 이날 내놓은 여론조사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신뢰도는 57%로 나타났다. 연구소 관계자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좋은 수치"라며, "젤렌스키가 여전히 정당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존 케네디(공화·루이지애나) 상원의원은 "트럼프는 표현되지 않은 생각이 있으면 불안해한다. 그게 많은 미국인에게는 친근하게 다가갔으나 대통령으로서 그런 것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것은 동일하다. 그것은 우크라이나를 돕고 서방을 지원하며 푸틴을 약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별 볼 일 없는 코미디언인 젤렌스키가 미국을 설득해 3천500억달러를 쓰게 하고 결코 이길 수도 없고 일어날 필요도 없었던 전쟁에 나서게 했다"며 "젤렌스키는 서두르지 않으면 나라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