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3주년 유엔 결의안에 서명 않을 것"
G7 공동 성명서 "러 침략" 규탄 문구에 반대
최근 美 입장 선회 반영…"우크라 정치적 위기"
◆…지난 2018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로이터>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맞아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지지하고 러시아의 즉각적인 철수를 거듭 요구하는 유엔(UN) 결의안 초안의 공동 발의를 거부하는 동시에 주요 7개국(G7) 성명서에서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는 문구에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가장 강력한 서방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3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 우크라이나 지지와 관련해 50개 이상의 국가가 공동 발의하는 이번 유엔 결의안에 "미국이 현재로서는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은 지난 몇 년 동안 우크라이나에서의 정의로운 평화를 지지하는 이러한 결의안을 꾸준히 공동 발의해 왔다"고 짚었다. 유엔총회의 결의안은 구속력은 없으나 정치적 의미가 크며 국제 사회의 입장을 반영한다.
각국은 유엔 결의안 투표 전까지 공동 발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외교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결의안의 투표는 24일(현지시간)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은 또한 다음 주 발표될 예정인 G7 성명서에서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는 문구에도 반대하고 있다.
G7은 24일(현지시간) 이와 관련된 회의를 열 예정이며, 세 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러시아의 침략"이라는 표현을 포함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주 G7 외교장관들이 발표한 성명서에는 "러시아의 침략"이라는 표현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파괴적인 전쟁"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 선회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신속히 종식하려 하고 있으며 이번 주 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협상을 진행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측의 불만이 터져 나오며 양 정상은 "독재자", "러시아의 허위 정보 속에 산다" 등의 설전을 주고받았다.
아울러 이러한 상황은 우크라이나에 있어 중대한 정치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 바이든 행정부에서 승인된 수백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를 통해 러시아의 침공을 방어해 왔으며, 미국의 외교적 지원에서도 큰 도움을 받아왔다.
한편, 로이터가 입수한 유엔 결의안 초안은 "긴장 완화, 조기 적대 행위 중단, 그리고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따른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에 대응하여 채택된 유엔의 관련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할 필요성을 상기하며, 특히 러시아 연방이 우크라이나의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 내에서 모든 군사력을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무조건적으로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하고 있으며, 동부 지역에서 점진적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의 소위 "특별 군사 작전"이 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의 실존적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서방국들은 이를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영토 확장으로 간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