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인정-공공의 이익에 부합 안 돼"
한상률 前국세청장을 비판하는 글을 국세청 내부게시판에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前 나주세무서 직원에 대해 벌금형이 선고됐다.
12일 광주지법 형사 4단독 박현 판사는 정보통신망이용 및 촉진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동일 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태광실업 조사를 비롯해 경주 골프모임과 술자리, 사회공헌활동 등의 모든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고, 공익에 부합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여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한 前청장이 국세청을 위기에 빠뜨렸다. 국세청의 신뢰를 도저히 회복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표현한 부분은 김씨 개인의 의견표현에 불과하기 때문에 명예훼손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고, 나머지 공소사실도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검사의 입증이 부족하다"며 '명예훼손죄'에 대해 일부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한상률 前 국세청장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원인을 제공하였다는 주장과 한상률이 자기자리 보전하려고 골프를 치고, 자기 출세하려고 세무조사를 한 것, 그리고 사회공헌활동과 강연을 '쇼'라고 표현한 점에 대하여도 한 前 국세청장이 취임한 후 그만두기까지의 행적으로 비추어 보아 사실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자 김씨는 "게재된 글 가운데 다소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있으나 전직 대통령의 극단적인 서거로 인하여 겪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의 울분을 대신하였고, 글을 쓰면서 도입부를 가져가기 위한 사실을 바탕으로 전개과정일 뿐 비방할 목적이 아님에도 너무도 쉽게 비방할 목적으로 단정했다"며 "문제의 글을 국세청 내부게시판 '나의의견'란에 올렸던 것은 수장의 비열한 행위에 대해 모든 직원들이 사실을 직시하고 겸손한 자세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음에도 이를 공익적 목적으로 보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원인을 제공한 점, 자기자리 보전 내지는 자기 출세하려고 국세청 조직을 이용한 점에 대하여 사실로 판단한 점에 있어서는 대단한 성과로 생각한다"며 "항소과정에서 충분히 다투어 무죄를 이끌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해 5월 28일 국세청 내부게시판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한 전 청장의 책임이 있고, 태광실업에 대한 조사를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나선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광주지방국세청으로부터 '국세청 소속 공무원과 한 前청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조치됐다.
당시 경찰은 수사를 통해 "한 前청장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어 피해사실을 입증할 진술 등을 듣기 어렵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피해상황도 모호해 처벌근거가 부족하다"며 김씨를 무혐의 처분했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1월 '국세청 조직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는 경찰과 같이 인정하지 않았지만, 한 前청장 개인의 명예는 훼손된 것'으로 판단해 김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김씨는 명예훼손 관련 소송 건과는 별도로 지난해 6월 광주지방국세청으로부터 '공무원품위유지'의 규정위반을 이유로 '파면' 됐었다.
이에 김씨는 광주청 조치에 불복해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제기, 징계수위가 한단계 낮은 '해임' 결정을 받은데 이어 지난 1월 15일에는 국가를 상대로 '해임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김씨가 제기한 '해임처분취소' 소송이 현재 광주지방법원에서 진행중이다.
